김흥남 ETRI 원장 "IT가 이끄는 선박 혁신…中의 추격 따돌린다"
“10년 전만 해도 선박 운용을 돕는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되던 정보기술(IT)이 이제는 선박의 혁신을 이끄는 수단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TRI는 그동안 조선업에 IT를 접목하는 ‘스마트십’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 왔다”며 “최근 현대중공업 등 산·학·연 10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선박용 디지털 레이더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ETRI에서 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단장을 맡고 있던 2007년 조선에 IT를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해 현대중공업을 찾아가 지금의 성과를 이뤄낸 주역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10년 이상 굳건히 지키고 있던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중국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스마트십’ 기술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TRI는 2011년 현대중공업과 선박통신기술(SAN)을, 지난해에는 모비안 삼영이엔씨와 ‘해상통신용 디지털 무선통신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선주회사들에 현재까지 120여척의 스마트십을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원장은 “이번 선박용 레이더 국산화로 수입 대체는 물론 기술 자립이 가능해졌다”며 “다만 소자칩의 신뢰 확보 등 품질 측면에선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했다. ETRI의 고출력 반도체 증폭기(SSPA) 기술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국 크리(Cree)사와 성능은 동등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칩 제조공정의 수율이 50%로 크리사의 90%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개발 초기다 보니 수율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며 “품질을 고도화해 추가적인 상용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관련 부품시장 장악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