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原電사업 세계화하려면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의 원자력에너지 장관급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원자력은 한국 발전의 버팀목이라며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자력이 위축되고, 국내에서는 잇따른 사건사고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한 상황에서 원자력 산업의 발전과 재건을 논하는 것은 예민한 일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에너지, 특히 전력수요와 기후변화 대응 등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 전력 공급의 40%를 원자력 발전에서 충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지속적인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의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원자력 수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총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계약을 처음 따내며,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전 수출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터키에서는 일본이 사업권을 획득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연간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한다. 앞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과 수주 경쟁을 벌일 것이다. 한국이 향후 원전 수주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첫째, 원자력계의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원자력 발전소의 기획과 설계, 안전 규제와 최고의 안전성 확보, 견실한 원전 건설과 운영 및 관리 각 분야별 인력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전력은 세계 최초로 원전 수출 지원 및 원자력발전 분야 리더급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2011년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를 설립해 실무형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있어 그 효과가 주목된다. 특히 원전 도입 기반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인력 양성을 돕는 등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한국형 원전 진출 기반을 조성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새로운 파이낸싱 모델이 필요하다. 일본의 터키 원전 수주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과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의 지원 등 풍부한 자금 조달력 덕분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자금 조달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금융 정책을 추진하는 등 파이낸싱 역량을 키워야 한다.

셋째, 체계화된 원전 산업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금지교(斷金之交)라고 했다. 두 사람이 합심해 협력하면 단단한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원전 운영과 종합사업관리 경험을 갖춘 정부와 민간 회사 간의 합자회사를 설립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치밀한 수출 전략을 만들어 연관사업 간 시너지 강화로 글로벌 원전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글로벌 기업들과 특정 협력 분야를 선정하고 공동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제3의 원전 시장으로 공동 진출을 추진하면서 선진국 에너지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해야 한다.

오는 10월 세계 에너지업계 최대 행사인 세계에너지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일본 프랑스 남아공 UAE 등 원자력계 주요 정부 및 전문가들이 모여 후쿠시마 사태 이후의 원자력 미래와 지속적인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개최국인 한국은 원전기술 수출국으로서 국제 원자력 거버넌스 부문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원전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우면 서민 경제 및 중소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인재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진출,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원전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도 많은 기회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주도할 수출산업 모델로서의 원전 전략과 기술기반을 점검해야 할 때다.

정근모 < 한국전력공사 고문, 前 과학기술처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