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 설립한 사회복지학 교육과정이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회사업(Social Work) 자체가 전무한 캄보디아 현지에 사회복지 개념을 알리고 인력을 배출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18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최근 캄보디아 왕립 프놈펜대(RUPP)에 설립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 '이화-RUPP'의 성과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즈는 6월18일자 기사에서 이화여대가 사회사업 개념이 없던 캄보디아에 사회복지학을 수출해 사회사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NYT 소개된 이화여대… 캄보디아에 '사회복지' 씨앗 뿌리다
이화-RUPP는 2009년 설립돼 지난해 3월 1기 졸업생 14명을 배출했다. 이화여대는 앞서 2년에 걸친 교육과정 개발 등의 준비를 거쳐 2009년 12월부터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을 캄보디아로 보냈다. 매 방학 진행되는 수업에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원이 릴레이 형식으로 참여한다.

교수에게 교육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봉사활동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수업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 여름방학에도 교수 4명이 이미 출국했거나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일부 교수는 현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사비를 털어 기부하기도 했다.

김미혜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도 1947년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세워졌다"며 "캄보디아는 당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나눔 정신을 발휘해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받은 것을 개도국에 되돌려 준다는 마음으로 강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졸업생들은 현지나 싱가포르 등에서 교육기관 교수 요원으로 채용되거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등 전공을 살려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화여대는 2011년 캄보디아 현지에 '이화 사회복지센터'도 설립해 교육에 그치지 않고 사회복지 역량 강화를 거들었다. 센터에도 1기 졸업생 3명이 채용돼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이화-RUPP는 원래 국고 지원(BK21사업)을 받아 시작됐으나 예산 삭감 등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자 교수들이 예산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노력 끝에 지난해 교육부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에 선정, 다시 정부 지원을 확보해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프로그램은 개원 4년째 접어들며 내실을 갖췄다. 지난해 9월부터 전담교수를 파견하고 전담직원도 배치했다. 실습교육이 중요한 학과 특성상 전담교수가 직접 학생들이 실습할 기관을 방문·알선하는 등 실습교육 체계 정립에 앞장섰다.

담당교수인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캄보디아는 킬링필드 사건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적고 사회문제가 많아 사회복지 전문직 수요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화-RUPP를 개설했다"며 "교수들이 현지에 가지 않아도 강의가 가능하도록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앞으로 졸업생들이 캄보디아 사회복지 분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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