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지희 씨 개인전, 내달 4일 청작화랑에서
얼굴의 절반을 커다란 선글라스로 가리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교정 중인 치아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양머리의 젊은 여성. 동그란 선글라스 렌즈 한쪽엔 ‘WARNING’(경고)이란 글자가, 다른 쪽에는 수류탄이 그려져 있다. ‘아이돌 화가’ 김지희 씨(29)의 작품 ‘봉합된 미소-위장’이다. 밝은 척, 행복한 척 판박이 같은 함박웃음을 띤 화면 속 여성은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가면 뒤에서 불안감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김씨가 내달 4~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가상의 위장’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봉합된 미소’ 시리즈 외에도 최근작 ‘여성의 마음’ ‘문자’시리즈 등 30여점을 건다.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한지를 세 장씩 겹쳐 두껍게 만든 장지 등 전통 재료를 사용해 한국화와 팝아트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일본 전일전 예술상(2007)과 최연소 청작미술상(2011)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문화·예술 분야 20대 리더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교정 전문 치과인 예이랑치과를 비롯해 화장품 브랜드 미샤, 걸그룹 ‘소녀시대’와 아트 상품을 공동 작업하는 등 활동 영역 넓히고 있다.

김씨는 현대인들의 억지웃음 뒤에 숨겨진 고독 외로움 불안감에 주목한다. 현대미술이 첨단 사회의 불안감을 치유할 수 있는지가 그림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는 것. 작품 속 이미지들은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김씨는 “미소 짓는 얼굴을 구성하는 각종 명품 보석 글자 수류탄 등의 이미지는 가장된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장치”라며 “가벼운 즐거움에 내맡겨진 지루한 삶을 미묘하게 비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