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와프 자금(3600억위안·약 64조원)을 활용한 무역결제 제도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국내 원화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최근 중국의 단기 금리 지표인 상하이 은행 간 대출금리(SHIBOR·시보)가 급등하면서 금리 조건이 현저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5개 은행 실적 전무

한·중 통화스와프 무역결제 '무용지물'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농협)의 통화스와프 자금 외화대출 잔액(20일 기준)은 700만위안(약 13억원)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 무역결제 지원 제도’를 도입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취급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이 제도는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스와프로 맡긴 위안화를 국내 수입업체들이 무역결제 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대(對)중국 교역을 하는 기업에 안정적으로 위안화를 제공함으로써 환위험과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중 통화스와프 상설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은행이나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은이 수치 공개를 꺼려 기자가 7대 시중은행을 직접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만 700만위안 정도의 대출이 나갔을 뿐 나머지 6개 은행은 잔액이 전무했다.

그동안 대출을 했다가 상환받은 것까지 포함한 전체 외화대출 취급액도 7800만위안(약 147억원)에 불과했다. 외환과 우리은행만 실적이 있을 뿐 나머지 국민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여신금리가 떨어지면서 원화 대출을 받아 수입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금리까지 급등

한·중 통화스와프 무역결제 '무용지물'
최근에는 시보금리까지 급등해 은행이나 기업들의 고려 대상에서 더욱 멀어졌다. 통화스와프 자금을 이용한 대출은 기간이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시보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여기에 기업의 신용도를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가 정해진다.

3개월 시보금리는 지난해 말 연 3.90%에서 6월 초 3.80%대를 유지하다 지난 7일 이후 급등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중국 내 신용경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금리는 연 5.80%로 6일보다 1.90%포인트나 올랐다. 24일 연 5.72%로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통화스와프 자금 대출은 시중은행들이 홍콩 금융시장에서 위안화를 조달해 대출하는 금리보다도 높다. 은행 입장에서도 굳이 비싼 금리를 물어가면서 한은 통화스와프 자금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직원들이 기업 고객에 통화스와프 외화대출 얘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시보금리가 급등하긴 했지만 단기적인 현상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며 “대출 수요도 장기적으로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수입업체들의 위안화 결제만 허용되고 있을 뿐 국내 수출업체들이 원화로 수출대금을 받아 환손실 위험을 지지 않아도 되는 원화 결제는 아직 시행조차 안 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연내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일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