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증권거래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윤선 기자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증권거래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남윤선 기자
지난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증권거래소에서 만난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사진)은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77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했다. 금융시장만큼이나 보디빌딩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한 시간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세계 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쉼없이 소화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7~8일 폴란드 정부가 주관한 ‘폴란드 기업공개(IPO) 서밋’에 아시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연설자로 참석한 모비우스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고(故) 존 템플턴 전 템플턴그룹 회장은 ‘상승장은 비관론에서 태어나고 비판론에서 자라나며 긍정론에서 성숙하고 환희에서 끝난다’고 했다. 세계 증시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나.

“우리는 비판론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요즘 시장에 많은 비판이 일어나는 것을 보라.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인가, 중국의 고속성장은 끝날 것인가 등등. 시장에는 항상 단기 조정이 있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20% 정도의 조정은 베어마켓(bear market·조정장)의 신호가 아니다.”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


“흐름은 수년 이상 이어진다. 미국 경제는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고 유럽도 뒤따라가고 있다. 2~3년은 더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QE)가 끝나면 시장이 폭락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QE는 한동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QE 중단을 놓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변수는 실업이다. 하지만 미국 실업률은 구조적으로 낮추기가 힘들다. 정부가 실업자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는 데다 정작 산업에서 필요한 고급 인력은 부족하다. 경제가 좋아져도 1%도 실업률을 못 내릴 것이다. 이 정도로 QE를 끝낼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으로 보나.

“일본 증시의 흐름은 단기 조정의 좋은 예다. 투자자들은 이익을 보면 당연히 주식을 판다. 그렇다고 하락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일본 증시가 지금보다도 더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 경제가 무너진다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나는 최근 한국 중소기업주를 꽤 많이 샀다.”

▷한국에서 어떤 종목을 샀는가.

“주로 소비재와 제약 관련주들이다. 일단 이런 종목들은 대기업만큼 비싸지 않다. 또 기술 발전이 소비재 중소기업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발전이 대표적이다. 또 한국뿐 아니라 중국, 남아시아 등의 1인당 소득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들 지역에 많은 양을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엔 좋은 소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소기업 지원책도 내가 투자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다.”

▷코스피 시장의 부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일부 일리는 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삼성 등 일부를 제외한 한국의 대기업들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 시장 전망도 솔직히 부정적이다.”

▷중국 여기저기서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경제의 거품이 폭발할 우려는 없다. 일단 금융시장을 보자. 중국 은행의 자산관리상품(WMP) 판매가 늘어나는 모습은 2007년 미국 은행들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아치우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중국의 모든 은행은 국영기업이다. 미국의 은행들처럼 망하면서 금융위기를 불러오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유령도시’들이 생겨난 것 자체는 맞다. 그런데 집값의 흐름을 봐라. 중국 아파트값은 전국적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도시화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러시아, 브라질 시장 전망은.

“나는 투자할 때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는지를 본다. 그러려면 그 기업은 사기업이어야 하고 상장돼 있어야 한다. 러시아는 나아지고 있다. 많은 국영기업을 상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가장 유망한 국가로는 어디를 꼽는가.

“나이지리아다. 개인당 소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카자흐스탄이다. 정부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제일 좋다고 본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 유동성은 부족하지만 투자할 때는 언제나 유동성보다는 가격이 중요하다.”

▷올해 유망한 투자상품은 뭔가.

“신흥국 국채나 기업채가 괜찮다고 본다. 환율과 함께 채권시장이 아주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난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원자재 중에는 플래티늄(백금)을 추천한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플래티늄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바르샤바=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모비우스 회장은

193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87년 템플턴그룹에 신흥시장펀드 매니저로 합류한 뒤 ‘신흥시장 투자의 1인자’로 불리며 탁월한 운용 실적을 남겼다. 영국의 더타임스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 10인’에 워런 버핏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