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연평해전에서 순국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 씨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참수리호 앞에 서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제2 연평해전에서 순국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 씨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참수리호 앞에 서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진급 문제는 남편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투유공자들에게 명예를 되찾아주자는 건데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큰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2002년 6월 발생한 ‘제2 연평해전’ 전사자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 씨(39)는 서운한 마음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 매년 현충일이 되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야외전시장에 설치된 참수리 357호(연평해전 당시 국군 경비정)를 둘러보며 떠나 보낸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왔다. 이날도 참수리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있었다. 조타실에 들어서서는 말을 잊은 채 남편의 이름이 있는 명패를 어루만지기만 했다.

2002년 6월29일. 제2 연평해전 당시 참수리호의 조타장이었던 한 중사는 전투 이후 40여일 만에 바다에서 발견됐다. 목숨을 잃는 그 순간에도 남편은 조타키를 놓지 않았다. 벌써 11년이 지났다. 매년 현충일이 되면 전투 당시 치열했을 남편의 모습을 참수리호를 둘러보며 떠올린다고 했다. 그때마다 남편의 진급문제는 한으로 되살아난다고 했다.

한 중사는 진급을 이틀 남기고 연평해전에 참전했다. 군은 전사일을 전쟁 발발일로 결정했고 한 중사는 당시 중사 진급 예정이었기에 중사로 추서됐다. 김씨는 6년째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 “남편을 상사로 진급시켜 달라”고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띄웠다. 그는 “전쟁 발발일 41일 만에 남편이 발견됐는데 남편의 전사일을 발견일로만 적용해도 진급 문제는 해결된다”고 아쉬워했다. 천안함 폭침 때 전사한 김태석·문규석 중사의 경우 진급 예정일 6일 전에 실종됐지만 해군 측은 진급을 적용하고 추서해 이들은 중사에서 원사로 두 계급 승진한 바 있다.

김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에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2005년부터 미국에서 생활하다 2008년 귀국한 그는 2008년 서울시청에서 열린 연평해전 사진 전시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왜 북한이랑 전투를 해서 저런 일을 당하냐”며 연평해전 자체를 비하하는 시민의 말에 아픔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교육이 사라지고 있고 안보교육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가에서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안보교육을 재미있게 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의 대북관에 대해 “적극적이라 믿음이 가고 앞으로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