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알먼 JTI 글로벌 인력관리(HR) 부사장(왼쪽 네 번째)이 최근 서울 새문안로에 있는 한국 본사 18층에서 한국인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기본적 업무 지식과 정직한 품성을 바탕으로 일인다역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폰 알먼 JTI 글로벌 인력관리(HR) 부사장(왼쪽 네 번째)이 최근 서울 새문안로에 있는 한국 본사 18층에서 한국인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는 “기본적 업무 지식과 정직한 품성을 바탕으로 일인다역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모든 직원이 NVGE…영어보다 일인다역이 먼저"
“저도 ‘NVGE(not very good english)’입니다.”

폰 알먼 제이티인터내셔널(JTI)의 글로벌 인력관리(HR) 담당 부사장(61)은 영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식 억양을 쓰는 한국 대학생의 질문에 이런 유머로 답했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알먼 부사장은 “JTI는 영어를 공통으로 쓰지만 유창할 필요는 없다”며 “모든 직원이 NVGE”라고 말했다. 그는 그저 의사소통을 할 정도면 되기 때문에 입사를 위해 너무 영어에 부담을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알먼 부사장은 스위스, 독일, 미주 인사총괄을 거쳐 지금은 글로벌 교육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대학생 5명이 최근 서울 새문안로에 있는 JTI코리아 본사 18층에서 알먼 부사장을 만나 ‘글로벌 기업 취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질문에 알먼 부사장은 비교적 쉬운 영어로 또박또박 천천히 답변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도전’이라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사무실 벽에도 JTI의 철학인 ‘Open, Challenging, Enterprising’이 쓰여 있었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모든 직원이 NVGE…영어보다 일인다역이 먼저"
▷한국을 찾은 목적은.


“JTI 채용 모토가 ‘Hire Attitude, Train Skill’이다. 단순한 업무 수행 능력보다 지원자의 태도와 품성을 바탕으로 채용을 결정하고, 채용한 다음에는 직원의 역량 계발을 돕는다는 뜻이다. JTI는 채용을 위해 다양한 평가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의 채용 담당자에게 그런 평가 툴을 교육시키기 위해 왔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전공이 HR 분야인가.

“사실은 스위스 베른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첫 직장은 제약회사 노바티스였고,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이후 통신회사에서 잡 오퍼가 왔다. 내 관점과 생각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옮기고 싶었다. 1988년 통신사에서 맡은 것이 HR 매니저였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 됐고 1996년부터 JTI에서 HR 분야를 맡아왔다.”

▷전공도 아니고, 쉽지는 않았을 텐데.

“직업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잡’으로부터 무엇을 끌어내는지다. 자신만의 직무를 고집하기보다 커리어를 쌓아 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오픈 마인드, 새로운 스킬, 유연성을 갖고 커리어를 쌓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25년간 인력관리 업무를 맡았는데,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나는 헬퍼(helper)다. 좋은 인재를 뽑고 훌륭한 매니저를 키우는 일뿐 아니라 그 매니저가 직원을 잘 관리하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지만 직원들이 우선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돕고 싶다. 행복한 직원이 많아야 회사의 부가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JTI는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다. 실제로 경영진 90% 이상이 내부 승진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JTI는 전 세계 120여개국에 임직원 2만5000여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8종의 담배 브랜드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JTI코리아는 본사와 전국 22개 지점에서 570여명이 근무 중이다. JTI의 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존경받는 담배회사’가 되는 것이다.

▷JTI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첫째는 브랜드다.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카멜, 윈스턴 등 담배 브랜드가 그 결과물이다. 둘째는 사람이다. 기업은 하나의 까만 상자다. 그 안의 사람들이 어떻게 팀워크를 이루는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진다. 셋째는 경영진의 비즈니스 안목이다. 3~5년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소비자층이 다른 담배로 옮기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뽑나.

“일인다역(cross-functional)을 해낼 사람을 찾는다. 인사·영업·마케팅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일을 하다 보면 기회가 점차 늘어난다. 직무 순환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채용 땐 기본적 업무 능력은 물론 태도가 정직하고 바른가를 본다.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모르면 기장이 아니듯 업무 능력은 기본이다.”

▷한국도 취업난이 심각하다.

“세상은 경쟁 사회다. 우선은 나의 상품성이 뭔가를 알아야 한다. 같은 연령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나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발견해야 한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강점은 있다.”

▷어떻게 강점을 찾을 수 있나.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는 않다.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내가 뭘 잘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경험을 하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 세는 것이 좋다면 금융(finance)이 맞을 것이고, 결과를 기준으로 생각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한다면 마케팅이 적성에 맞을 것이다.”

▷JTI에도 한국인이 있을 텐데.

“3년째 함께 일하는 한국인이 있다. 그의 근면·성실함에 놀랐다. 한국의 질 높은 교육 덕분에 한국 젊은이들이 더 구조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

▷신입사원을 본사에서 채용하나.

“제네바는 전 세계를 관장하는 팀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신입사원보다는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직원들이 함께 일한다. 중요한 것은 각국의 시장에서 경험을 쌓는 일이다. JTI에 입사하면 본사에 올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정리=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