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명은 협박받다 뇌출혈로 뇌사 상태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임모(31)씨는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들과 합석한 임씨는 이들 중 전모(38)씨와 여관에까지 갔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임씨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씨에게 600만원의 합의금을 건넸지만 "1억원을 더 내놓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임씨는 지난 1월 13일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임씨와 성관계를 가진 전씨는 공갈단에 포함된 '꽃뱀'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0일 성관계를 미끼로 금품을 뜯은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로 이모(36)씨를 비롯, 총책·모집책·협박책 등 5명을 구속하고 전씨 등 여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간 피해자 3명으로부터 4천3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꽃뱀 공갈단' 피의자들의 친구나 지인들이었다.

이씨 등은 피해자 중 1명인 정모(58)씨로부터 7천만원을 뜯어내려고 협박했으나 여의치 않자 '꽃뱀'을 시켜 정씨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합의금을 주지 않는 피해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할 경우에 대비, 공갈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소위 '대포폰'을 쓴 것은 물론 문자 메시지를 교환하지 않는 등 '행동 수칙'까지 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피해자 3명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 뒤 행적을 중심으로 여죄를 캐고 있다.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들 외에 여러 꽃뱀 공갈단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범행 대상이 되면 가정 파탄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