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는 것과 별도로 미국 현지에 나가 사건 전모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청와대와 현지 대사관 및 문화원 등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팀 감찰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및 조기 귀국과 관련, 대사관과 문화원 직원 등을 상대로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 필요할 경우 현지 수사 당국의 협조를 얻어 성추행에 연루된 당사자와 경찰에 신고한 문화원 전 직원, 윤 전 대변인 수행차량 운전기사 등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현지 자체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윤창중 스캔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설이 난무한 가운데, 진상 파악이 지지부진해져 가해 당사자가 책임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박 대통령도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사실 관계를 밝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수사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도 청와대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 현지 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에 조속한 수사를 요청했으나 워싱턴 경찰국은 “연방 검찰의 지휘를 받아 통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수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성추행’으로 잠정 분류한 상황에서 수사 선상에서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을 기미가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미국 측이 ‘경범죄’로 최종 결론을 내려 윤 전 대변인을 소환하거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측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진상 파악이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현지 자체 조사를 통해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사실들이 확인되면 미국 수사당국에도 이를 넘겨 윤 전 대변인의 미국 소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의 현지 조사가 추진되는 가운데 주미 대사관과 문화원은 자체 진상파악을 하고도 결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대사관 측이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사관과 문화원 측은 피해여성 A씨와 A씨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고 사표를 낸 문화원 여직원,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의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성추행 장소와 구체적 정황 등에 관해 조사를 벌였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의 조기 귀국과 관련해 당초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청와대 지시로 여권을 가져다준 것”이라고 해명하자 무언가 숨기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종태 기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