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권력형 부패 뿌리뽑는 방법
“우선 기업과 공직자의 부패 고리부터 끊어야 해요. 돈 받는 것과 청탁하는 것, 두 부분을 근절하는 게 부패의 카르텔을 끊는 시작이에요.”(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우리 사회가 상당히 오랫동안 부패가 관행화된, 말하자면 거짓말할 것을 요구받는 사회였잖아요.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고 새 출발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해요.”(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직 대법관인 김영란 전 위원장과 검사 출신인 김두식 교수의 대화다. 이들은《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한 처방을 모색한다. 대화 형식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두 사람은 먼저 자신들 또한 부패와 청탁의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지인의 재판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가 무안당한 이야기, 친구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가슴을 쓸어내린 이야기 등 솔직한 경험담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상을 되짚어 본다.

저자들은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민하며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반부패정책은 권력형 부패를 끊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일명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를 설명한다.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도 처벌하는 이 법이 권력형 부패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부패와의 전쟁은 사회의 많은 선한 사람들이 부패문화에 젖어드는 것을 막는 출발점이 된다.

도둑 잡는 검찰이 도둑으로 몰리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제3의 기구 설립 방안에 대해 상세히 검토한다. 저자들은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새로운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