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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KOREA]   "이스라엘軍은 병과마다 기술교육…창업 인큐베이터죠"

입력
2013-04-28 17:02:33
수정
2013-04-28 23: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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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를 살리자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말하는 '창조경제'

척박한 환경·징병제도는 이스라엘 창조경제 밑거름
공군서 배운 기술로 창업…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베터플레이' 대표적 사례
후츠파에 책임감 결합돼야 사회발전위한 창조경제 가능
/박병종 기자

/박병종 기자


“최근 한국이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정신에서 원동력을 찾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후츠파 정신과 병행하도록 강조하는 내용이 하나 빠져 있습니다. 바로 책임감을 강조하는 ‘로시가돌(roshgadol)’입니다.”

26일 서울 서린동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만난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사진)는 한국인들이 후츠파 정신을 이야기하며 간과하는 게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인다’는 후츠파는 ‘뻔뻔함’ 또는 ‘주제넘음’ 등의 부정적인 의미도 있어 후츠파 정신만 강조할 경우 조직이나 사회와 불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리 대사는 “직역하면 ‘큰 머리’를 뜻하는 로시가돌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가족을 보살피는 책임감을 의미한다”며 “후츠파가 로시가돌과 결합할 때 사회를 발전시키는 창조경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척박한 환경과 징병제가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됐다는 ‘창조적인’ 설명을 내놨다.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척박한 환경이다. 유대인들은 수천년을 떠돌아다니며 토지 소유권을 얻지 못해 농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유럽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다 보니 정규군에 편입되지 못해 군사 경험도 적었다. 하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고 쟁기와 총을 잡아보지 못한 과학자와 교사들이 농사를 짓고 국토를 지켜야 했다. 자원이 없는 척박한 땅이었던 만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 창조적이 돼야만 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파이프 누수를 이용한 관개시설을 들 수 있다.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농장들은 물을 농작물 위에 뿌리는 방식 대신, 파이프를 흘러가는 물이 일정 간격을 따라 물방울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이는 한 발명가가 정원의 파이프 누수를 지켜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개인의 창의력과 이를 국가적인 관개 시스템으로 확산시키는 정부의 결정이 결합된 결과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한국과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양국은 질곡이 많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나라 바깥으로는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아무런 자원도 없이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제를 일궜다. 근면성과 희생정신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는 점도 똑같다. 많은 나라에서 근무하며 이스라엘 어머니들처럼 자식의 교육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어머니들은 훨씬 심한 것 같더라(웃음).”

▷요즘 한국인들은 벤처기업 육성과 관련해 요즈마 펀드에 관심이 많다.

“요즈마 펀드는 젊은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공한 뒤에는 지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실패하면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일종의 ‘안전망’이 갖춰진 가운데 꿈을 위해 달릴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각 단계마다 선배 기업가가 지도해주며 자칫 모럴해저드로 빠질 위험도 예방한다. 요즈마 펀드 지원을 받는 기업의 성공률이 60%에 이르면서 해외 벤처캐피털도 나서서 자금을 대고 있다.”

▷자금 지원 이전에 창업가 자질을 갖춘 젊은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모든 이스라엘 젊은이가 가야 하는 군대가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인큐베이터다. 현대전에서 군대는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필요로 한다. 해당 병과에서는 유능한 젊은이를 뽑아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친다. 3년간의 군 복무를 마쳤을 때는 많은 젊은이가 당장 창업에 써먹을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스라엘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베터플레이’가 단적인 예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은 공군에서 배운 기술을 응용해 회사를 세웠다.”

▷한국에서는 군 복무를 시간 낭비라며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문제다. 이스라엘 군대에서 사병들은 상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을 요구받는다. 수많은 실전과 테러에 대응하며 경직성보다 창의력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 2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문화를 바꾼 결과다. 이 같은 문화가 실전은 물론 창조경제에도 어울릴 것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이 많은 만큼 시너지를 낼 분야도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핵심 기술 개발에는 강하지만 효율적인 제조와 마케팅 등은 한국 기업에 뒤진다. 두 나라 기업들의 장점을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워런 버핏이 지분 80%를 매입한 절삭공구업체 대구텍이다. 1998년 이 회사를 인수한 이스라엘의 금속절삭가공 기업 IMC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기술자 및 관리자들이 회사를 키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가치의 기업을 만들었다.”

▷양국 간 협력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단순히 상품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기술을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장이 FTA를 통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 자동차나 농산물 등 FTA 협상에 장애가 될 만한 이슈도 없어 손쉽게 체결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면 FTA 체결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노경목/박병종 기자 autonomy@hankyung.com

■ 로시가돌

roshgadol. 원래 ‘큰 머리’라는 뜻이지만 이스라엘 군대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맡은 일 이상을 해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자기가 지시받은 일만 마지못해 한다’는 의미인 로시카탄(roshkatan·작은 머리)의 반대말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주인의식, 가족을 보살피는 책임감 등이 로시가돌의 예다.

■ 이스라엘리 대사 누구인가…조부모·엄마 나치에 희생

투비아 이스라엘리 대사의 이름에는 기구한 가족사와 유대인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1955년 루마니아에서 출생한 이스라엘리 대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맞았다. 그는 일곱 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78년 이스라엘 외교부 공무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이집트 파라과이 스웨덴 스위스 요르단 등지에서 근무했다. 2009년 8월 한국에 부임한 이스라엘리 대사의 임기는 올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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