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물고기는 스스로 떡밥을 문다…쇼호스트의 세일즈 비법
한 골목 안에 두 꽃집이 나란히 있다. 한 집은 ‘쪽박집’이고, 다른 한 집은 ‘대박집’이다. 이유는 ‘사랑’이었다. 쪽박집 주인은 그냥 “장미 사세요”라고 외쳤고 대박집은 “사랑 사세요”라는 말로 사람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파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팔지 마라, 사게 하라》는 성공하는 세일즈에 대한 책이다. 홈쇼핑에서 1시간에 125억원어치 물건을 팔아 기네스북에 올랐던 저자는 “무가치하다고 여겼던 상품을 가치 있게 만들고, 소비자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건에서 잠재된 쓰임새를 발견해 알려주며, 그 상품이 소비자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성공한 세일즈’”라고 정의한다.

세일즈에 대해서는 “인류의 기술적 진보를 이끈 주체이자 역사 저편으로 잊힐 뻔한 재화와 서비스를 세상에 널리 알린 주역”이라고 강조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동시에 요구되는 행위이자 인간의 심리를 조종하는 전문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어떤 상품을 구입한 사람은 ‘내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고객은 자신이 설득당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고민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마케터는 고객의 필요를 자극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상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합리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란 설명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세일즈의 핵심 노하우는 네 가지다.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적절한 타이밍에 자극하고 결국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결정의 순간까지 리드해야 한다. 팔려는 상품에 이야기를 결합해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탄탄한 신뢰로 유지하기 위한 마케터의 기본 덕목은 이성이 아닌 욕망에 호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부족한 2%까지도 채워주기 위해선 안심하는 순간 고객이 떠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저자는 특히 스토리텔링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원료의 마지막 비밀은 회사에서 가장 높은 몇 사람만 안다는 소문이 있다. 이야기의 근거는 사업 초기에 돈이 필요했던 코카콜라가 원액 제조법을 대출용 담보로 은행에 맡겼던 데서 출발한다. 일곱 가지 핵심 성분에 ‘7X’라는 이름을 붙여 베일에 가려 놓고 100년 가까이 신비주의 스토리텔링을 성공적으로 이어왔다.

저자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의 조건으로 간결성, 평이성, 단순화, 흥미성, 예리성, 명확성, 흐름성, 차별성, 행동유발 가능성, 회상 가능성 등을 들고 있다.

현업에서 쇼호스트로 활동했던 저자는 자신이 상품을 효과적으로 팔기 위해 사용했던 다양한 판매 전략을 예시로 들어 책의 흥미를 더했다. 가령 무이자 할부를 이용해 한 달에 1만3000원 정도를 내면 구입할 수 있는 홍삼을 팔기 위해 네일아트, 커피값, 놀이공원, 찜질방 등과 비교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단순한 기능의 60만원짜리 에어컨을 경쟁사의 200만원짜리 고급 모델과 비교하며 “똑같은 바람이 나오는 건데 뭐 하러 돈을 더 주고 사려고 하십니까”라고 말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린 일화 등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