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테한 세계여행 (15)] 멕시코에도 이런 테마 파크가? 에코 파크 3종 세트
[글 정민아 / 사진 오재철] ‘집라인(Zip-line)’, 우리가 처음 그것을 알게된 건 동해안의 어느 바닷가에서였다. “푸른 바다 위 얇은 와이어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허공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그 짜릿한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당시 내가 탔던 집라인은 그런 쾌감을 느끼기로는 “이건 아니잖아…” 싶은 너무나 낮고 짧은 대실망스러운 집라인이었다. 속도감도 스릴도 없는 그런…

광란의 bpm페스티벌이 끝나고, 놀기 좋아하는 우리가 선택한 다음 일정은 집라인을 테마로 한 엑스플로르(X-plor), 화려한 퍼레이드와 다양한 공연 등 멕시코의 문화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엑스카렛(X-caret), 자연 그대로의 카리브해 위에 만들어진 친환경 휴식 공원 셀하(Xel-ha) 등 3종 세트 테마 파크였다. 모두 알파벳 ‘X’로 시작하는 이 곳들은 원래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곳이라 현지에서는 ‘에코 파크’라 불린다 한다.

세 군데를 모두 갔느냐고? 물론! 매번 뭔가를 할 때마다 예산 생각에 벌벌 떠는 우리지만 그동안 안 먹고, 안 쓰며 짠돌이처럼 아끼고 아꼈었기에 우린 좀 놀아도 된다며 3일 내내 에코 파크를 누비며 신나게 놀았다. 마치 미래가 없는 사람들처럼? 오늘 놀고 내일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나테한 세계여행 (15)] 멕시코에도 이런 테마 파크가? 에코 파크 3종 세트
첫째 날 새벽같이 일어나 찾아간 곳은 엑스플로르(X-plor).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에버랜드 같은 테마 파크와 다른 점이라면 단순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정글 탐험카, 집라인, 뗏목 탐험, 동굴 수영 등 크게 네 가지 액티비티를 집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엔 어떤 곳인지 영 감을 못잡았으나 뗏목 탐험을 체험하며 “아, 이런 데구나!”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동굴 속으로 뗏목 하나를 달랑 타고 들어간다. 좁은 동굴에선 길다란 노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간단히 손에 끼우는 손 노(Paddle)를 양 쪽에 끼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 깊숙이, 깊숙이 들어간다. 마치 진짜 탐험가가 된 듯 동굴벽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 볼 수도 있고, 가다가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된다. 엑스플로르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약간의 도구를 빌려주는 것일 뿐이라 생각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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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픈 짚차를 타고 신나게 액셀을 밟으며 수풀 우거진 밀림을, 그것도 차 한 대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마음껏 달리는 정글 탐험! “유후” 오빠는 여행을 떠나며 팔고 온 예전 우리 차가 생각났는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두 번 달렸다. 총 네 가지 코스가 있어서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탐험할 수 있는데, 우린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두 번 달렸다.

오빠가 하도 신나게 운전하길래 두 번째는 “나도 좀 해보자” 싶어 운전대를 잡았으나 20살에 면허증을 딴 후 10년 동안 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는 이리 쾅, 저리 쾅, 범퍼카도 아닌데 이리저리 쾅, 쾅. 출발 전 자동차에 흠집내면 변상해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이 생각나 안되겠다 싶어 5분도 채 안되어 운전대는 다시 오빠에게로 넘어갔다 오빠 왈, 목숨의 위협을 느낀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사자 한 마리, 곰 한 마리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정글 탐험, 아주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다.
[나테한 세계여행 (15)] 멕시코에도 이런 테마 파크가? 에코 파크 3종 세트
마지막으로 익스플로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집라인을 탔다. A코스와 B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코스를 한 번 시작하면 10번 ~ 15번 정도 계단을 오르고 집라인을 타고, 계단을 오르고 집라인을 타고 또 오르고 또 탄다. 예전 동해안에서 탔던 게 생각나 기대도 않고 있던 우린 내내 ‘꺅꺅’ 소리를 지르며 집라인을 탔다.

너무 너무 무서워서. 높은 곳은 아파트 10층 정도, 낮은 곳은 3, 4층 정도에서 와이어 하나에 온몸을 맡긴 채 허공을 향해 힘차게 발을 굴러야 하는데 보통 용기를 가지고선 출발선에서 발도 떼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한 세 번쯤 타니 익숙해져서 주변 풍경도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도 느끼며 제법 즐기며 탈 수 있었지만 처음엔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못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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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날은 오빠의 생일이었는데, 음료와 식사가 무한으로 제공되는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라 여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다리 휘어지도록 생일상을 먹을 수 있는 행운까지 잡을 수 있었다. 활동적인 액티비티와 스릴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한다면 엑스플로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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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온몸이 뻐근해서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어제 너무 신나게 놀았나? 연속으로 테마 파크에서 노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두 번째 에코 파크인 엑스카렛(X-caret)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캐리비안 베이와도 비슷하지만 좀 더 거대한 자연과 테마파크가 하나로 어우러진 느낌이랄까? 엑스카렛 안의 거리를 걷다보면 이구아나, 펠리컨 등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동물도 자주 출몰하고, 곳곳에서 작은 퍼레이드나 공연도 끊잆없이 열리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을 뿐더러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다니니 몸에 크게 무리도 되지 않아 오후가 되자 어제의 피곤은 싹 가시고 없었다.

엑스카렛의 대표적인 액티비티인 ‘언더그라운드 리버(Underground River)’는 지하의 강을 따라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이다.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오리발, 수경 장비 등이 크기별로 구비되어 있어 무료로 대여가 가능하며, 특히 입에 직접 물어야 하는 스노클링은 일회용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노클링이 끝난 후 기념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또한, 스노클링 시작하는 입구에서 카운터에서 개인 소지품을 보내면 출구에서 직접 받을 수 있는 배려깊은 시스템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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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 해가 지자 사람들이 어디론가 한 방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부랴부랴 무리를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스칼렛의 대표공연 ‘나이트 쇼’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1부, 관객들이 저마다 작은 촛불에 불을 밝혔을 때, 무대의 불이 꺼지고 마야 민족의 전통 경기인 불볼(Fire ball)경기가 시작되었다. 불볼경기는 한 팀 당 6명 정도로 구성된 두 팀이 불이 붙은 공을 하키채 같은 스틱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골을 득점하는 방식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공연의 2부에서는 지역별 멕시코 전통의 노래와 춤 공연. 그동안 우리가 여행을 하며 몇 달에 걸쳐 보았던 멕시코 문화를 한 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에 함축시킨 공연이었지만, 그 완성도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고 벅찼다. 사실 엑스카렛의 나이트 공연을 보지 않으면 엑스카렛을 봤다고 말할 수 없고, 이 공연을 본 것만으로도 엑스카렛을 다 봤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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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드디어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특히 신혼부부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셀하로 출발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직원이 자외선 차단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물놀이의 필수품인 자외선 차단제. 당연이 있다고 대답하자 개인이 소지한 자외선 차단제는 맡기고, 셀하에서 준비한 천연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자외선 차단제에 들어간 인공 물질이 바다에 들어가면 서식하는 생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연을 보존하기 위함이라 했다. “아, 이래서 에코 파크구나” 작은 것에 세심하게 신경쓰는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천국이 있다면 이 곳이 아닐까?” 싶도록 무한 찬사를 날릴 수 있는 곳. 엑스플로르와 엑스카렛도 음료와 식사가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횟수와 이용에 제한이 있는 데 반해 셀하는 주류(칵테일 맥주 등)까지도 모두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먹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해변가에 누워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는 그야말로 카리브해의 파라다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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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하, 세계 최대의 천연 수족관이라 자랑하는 곳인 만큼 스노클링은 필수 코스다. 강이 시작되는 곳인 맹그로브가 우거진 숲을 지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까지 총 800m 길이의 물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아름답고도 신비한 물고기들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정말 좋은 곳은 날씨가 맑던 흐리던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와야 한다며 말하곤 했다. 사실 우리가 갔던 날은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다, 천국 같다” 생각한 걸 보면 셀하가 좋긴 좋은가 보다.

bpm페스티벌에 이어 3일 동안 참 신나게도 놀았다. 세 군데 모두 각각의 특색을 뚜렷이 지니고 있기에 어디가 더 좋고, 어디가 별로다 말할 수 없을 만큼 3일 내내 즐거웠다.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엑스플로르, 멕시코의 지역별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엑스카렛, 카리브해의 여유로운 휴양을 원한다면 셀하를 선택하면 될 듯. 그것도 아니면 우리처럼 미친 척 세 군데 모두 가도 돈이 아깝지 않다. 멕시코의 테마 파크 정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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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테한 여행 Tip
플라야 델 카르멘과 칸쿤 사이에는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만든 세 곳의 유명한 에코파크가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관광 여행에 지쳤다면 이 곳으로 가보자. 액티비티, 문화 체험, 휴양 등 세 가지 테마로 크게 나뉘어져 있으니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티켓 정보는 xcaretexperiencia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테한 세계여행]은 ‘나디아(정민아)’와 ‘테츠(오재철)’가 함께 떠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세계여행 이야기입니다. (협찬 / 오라클피부과, 대광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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