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서 여류화가 돌풍
지난 2월7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세계적인 기록이 하나 탄생했다. 프랑스 여류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1881년작 ‘점심 식사 후’(사진)가 1098만달러(약 125억원)에 팔린 것. 이는 미술 경매 역사상 여성 작가의 단일 작품으로는 최고가다. 이전까지 기록은 2008년 1087만달러에 낙찰된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꽃’이 갖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술품 수집가와 딜러들 사이에 저평가돼온 여성 화가들이 힘을 갖게 된 사건”이라며 “장롱 속에 갇혀 있던 여성 화가의 그림이 최근 몇 년 새 미술 경매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술계는 그동안 ‘소년들의 클럽’이라 불릴 만큼 남성 중심적이었다. 작품의 질은 따지지 않고 그림 하단에 적힌 이름이 여자일 경우 비슷한 화풍, 같은 학교 출신의 남성 화가에 비해 10분의 1 이하 가격으로 저평가해왔다. 여성들이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미술 경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2006년 딜러들이 숨어 있는 보석들을 찾아다니면서라고 WSJ는 설명했다.

모리조의 최고가 기록도 곧 깨질 전망이다. 지난 5년간 경매가 상위 10개의 미술품 중 9개가 여성 화가의 것이었다. 지난 2년간 낙찰총액 최고 기록도 경신을 거듭했다. 조앤 미첼, 타마라 드 렘피카, 루이스 부르주아, 얼마 스턴, 바버라 크루거 등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살아 있는 여성 화가 중 낙찰총액 1위는 1억1180만달러 기록을 갖고 있는 84세의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다. 사진 분야에서의 세계 최고가 기록도 현재 미국 여성 작가 신디 셔먼(389만달러)이 갖고 있다.

여성 화가의 작품을 이미 많이 사들인 유명인사도 있다. 월마트 상속인 앨리스 월턴, 팝스타 마돈나와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은 최소 두세 작품 이상씩을 보유하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