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식 스마트워크 도입…강철기업의 유연한 변신…포스코엔 '세가지'가 없다
포스코 신입사원 A씨는 글로벌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에 대한 임원 보고를 부서 전입 3일 만에 했다. 포스코 포털에 등록된 ‘최고 업무사례’에서 ‘MOU’를 검색하니 협약서 작성법, 행사 장소 대여 방법, 의전, 최종 보고 절차, 업무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추천인까지 찾아줬기 때문이다. A씨는 MOU 내용만 바꿔 넣으면 됐다.

영업담당 임원 비서 B씨는 부서 회의시간을 정하는 일을 단 3분이면 끝낸다. 예전엔 부서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비는 시간을 물어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회의 참석 대상자를 한꺼번에 클릭하면 시스템이 공통으로 비는 시간을 찾아내기 때문에 팀 일정에 등록만 하면 끝이다.

대표적 굴뚝기업 포스코의 스마트워크 실험이 넉 달 만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작년 12월 초 업무용 프로그램 ‘스마트워크플레이스(SWP)’를 도입했다. 업무시스템 담당부서인 포스피아3.0 추진실이 아이디어를 내고 계열사인 시스템통합(SI)업체 포스코ICT가 제작을 맡았다.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만 1년3개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는 7개월이 걸렸다.

박현수 SWP팀장은 “SWP란 포스코 직원 개개인에게 주어진 맞춤형 포털”이라고 설명했다. 엔터프라이즈포털(EP)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처럼 개인별로 다른 초기화면이 뜬다. 회계부서는 비용 입출금 내역을, 생산부서는 조강생산량 실시간 현황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에선 문서를 출력해 결재판을 들고 임원실에 들어가는 직원도 사라지고 있다. 추진 중인 업무 내용을 업무 현황표로 만들어 등록하면 서로 댓글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고 결재까지 마친다. 문서는 중앙집중화된 서버에서 관리해 권한만 주면 공동으로 편집할 수 있다.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USB에 담아 전달할 필요 없이 ‘링크’ 만 메신저로 보내주면 된다. 박 팀장은 “모든 문서가 중앙집중화된 클라우드 시스템을 만든 기업은 포스코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WP 도입 효과는 비용 절감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SWP 도입 후 출장 비용은 30%, 최종 결재까지 걸리는 의사결정 시간은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포스코는 자체 분석했다. 지난 2월에는 터키 스테인리스 공장 설비 조달과 관련, 현지 출장 한 번으로 계약식까지 마쳤다. 기존 방식으로는 4~5번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 업무였다. 생산되는 문서도 대폭 줄여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고 있다. SWP 도입 이후 문서 출력량이 77%가량 줄었다.

직원들이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또 다른 수확이다. SWP의 찾아가는 지식인 서비스인 ‘솔브잇(Solve it)’을 활용하면 장비 고장, 불량 발생 등의 키워드 분석를 통해 관련 업무 전문가를 찾아내 메시지를 보내준다. 전문가의 댓글을 통해 도움을 받도록 한 방식이다. 정인혜 포스코인재창조원 사원은 “아이디어 공유가 많아지고 협업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돼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의 이런 변신은 정준양 회장이 ‘스마트 철강회사로 변신’을 강조하며 시작됐다. 정 회장은 201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을 만나 소프트웨어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작년 4월 미국 구글 본사 방문 때는 “놀땐 놀고 일할 땐 일하며 집단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오는 6월 포스코ICT에, 내년에는 전 계열사 및 84개 해외 지사에 SWP를 도입할 방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