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집단 '어나니머스', 영웅인가 무법자인가…독재·검열…국경초월 무차별 공격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는 악을 응징하는 ‘디지털 로빈후드’인가, 무정부주의를 조장하는 ‘사이버 게릴라’인가. 어나니머스 한국 해커들이 최근 북한의 5개 인터넷 사이트를 공격하면서 어나니머스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7일 어나니머스 다국적군이 이스라엘 정부와 기업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공격해 주목을 받았다.

어나니머스의 사이버 공격은 누군가 ‘공격계획’을 제안하면 취지에 찬성하는 해커들이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해커 ‘#Opisrael’이 주도했고 팔레스타인 알바니아 코소보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해커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7일 이스라엘의 700여개 사이트를 다운시키거나 변경(디페이스)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외무부 경찰청 예루살렘은행 등의 사이트도 포함됐다.

어나니머스는 ‘핵티비스트(해커 운동가)’를 자처한다. 독재정권, 인권유린, 인터넷 검열, 저작권 강화, 금융자본의 이윤 독식 등에 반대하며 사이버 공격을 가한다. ‘빅브러더 반대(#OpBigBrother)’를 표방하기도 한다. 2011년 아랍권의 ‘재스민 혁명’ 배후에도 어나니머스가 있었다. 세계 금융권을 강타했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도 주도했다.

어나니머스 한국 해커들은 북한 사이트를 공격할 때 북한 독재정권의 핵무기 위협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들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 김정은은 물러나라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이어 대외홍보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1만5000여명의 명단을 공개, 우익 성향의 해커 집단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지난 7일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고 밝히고, 우익 성향의 일간베스트 회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어나니머스 해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 2년 전부터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 자리에 어나니머스 상징물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넣은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북한 사이트 공격을 계기로 80명쯤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나니머스는 2003년께 처음 등장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활용, 공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다. 트위터의 경우 대표 계정(@YourAnonNews)이 92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확보했다. 어나니머스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는 108만명, 유튜브(애논프레스) 팔로어는 147만명이나 된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