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서울 여의도 IFC몰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고 있는 ‘2013 춘계 서울컬렉션’의 특징은 ‘남성복은 더 남성스럽게 여성복은 더 여성스럽게’였다. 어깨의 각을 한껏 살린 블랙 계열의 남성용 재킷은 역삼각형의 몸매를 강조했고, 잘록한 허리와 쇄골, 어깨 라인을 강조하는 여성용 원피스는 몸매를 따라 흐르는 실크 등의 소재로 그 라인이 더 부각됐다.

지난해 남성복이 여성스러워지면서 컬러를 강조하고, 여성복도 니트·울 등을 소재로 독특한 문양을 내세웠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채색의 남성복

올 가을·겨울 유행할 남성복의 특징은 ‘무채색과 미니멀리즘(간결함)’이다. 장광효 홍승완 이영준 한동우 박종철 등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모두 블랙·그레이·화이트 등 무채색으로 만든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정두영·최철용 디자이너의 남성복도 간결했다. 이영준 디자이너는 짙은 검정과 회색 계열의 통이 넓은 코트, 군복 패턴을 넣은 재킷 등으로 남성미를 강조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는 역삼각형의 남성 모델들 몸매를 더 돋보이게 했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와 높게 솟은 모자, 가죽 장갑 등 남성미를 강조할 수 있는 소품을 활용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과장된 디자인을 배제한 미니멀리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에는 단순한 디자인의 티셔츠, 셔츠 등을 입고 겉에는 어깨에 패드를 넣어 각을 살린 재킷을 매치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무대는 백팩을 멘 모델들이 자전거를 끌고 햄버거 가게의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야구모자를 눌러 쓴 모델들이 카고 팬츠 위에 체크 셔츠를 아무렇게나 묶은 채 등장하기도 했다.

◆따뜻한 색상 강조한 여성복

지춘희·홍혜진·강기옥 등 여성복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누가 더 여성스럽게 만드나’를 경쟁하듯 몸매를 강조하는 실루엣의 의상들을 내놨다. 미스지컬렉션의 지춘희 디자이너는 블랙 실크 소재로 몸에 감기는 드레스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였는데 반짝이는 구슬 형태의 목걸이, 팔찌 등을 매치해 목선과 손목 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홍혜진 디자이너는 울, 실크, 여우 털, 양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핑크, 베이지, 퍼플 등 따뜻한 색감의 옷을 만들었다. 당장 입고 출근해도 될 법한 세련된 디자인의 재킷과 원피스, 바지 정장 등이 특징이었다. 옷의 패턴과 구조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석태 디자이너는 풍성한 폭의 치마와 하이웨이스트 팬츠(허리선이 높이 올라오는 바지) 등 여성미를 강조하는 의상을 선보였고, 스티브J&요니P는 레드 체크 패턴을 재킷, 치마, 바지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과감한 단색의 여성스러운 옷들을 내놨다. 프린트나 장식 등을 모조리 빼고 실루엣과 축 늘어지는 저지 소재 등을 강조했다.

200여명의 국내 디자이너 모임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 이상봉 디자이너는 “올 가을·겨울에는 심플하면서도 좀 더 여성미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이 유행할 것”이라며 “불경기일수록 여성은 더 여성스럽게, 남성은 더 남성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서울컬렉션에 프랑스 브랜드 티에리뮈글러의 니콜라 포미체티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장 피엘 모쇼 프랑스 프레타포르테연합회 회장 등 패션계 유명 인사들을 초청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총괄 기획을 맡은 김진문 이노션 국장은 “앞으로 대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행사의 품격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