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있건 없건 기업은 변한다. 경영전문석사(MBA)도 거기에 맞춰 끝없이 변해야 한다. 현장과의 교류가 경영 교육의 핵심이다.”

도널드 제이컵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경영대학) 명예학장은 지난 20일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원장과 가진 대담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제이컵스 명예학장은 1975년부터 2001년까지 21년간 켈로그스쿨 학장을 맡아 10위권이었던 이 대학을 하버드, 스탠퍼드 등과 비슷한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려 종신 명예학장에 임명됐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학장 은퇴 관련 기사에서 ‘켈로그뿐 아니라 경쟁을 통해 다른 MBA들의 성장에도 기여했다’며 제이컵스 명예학장에게 ‘미스터 MBA 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88세에도 여전히 현역 교수로서 경영전략, 국제경영 등 네 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방문의 의미는 무엇인가.

△제이컵스 명예학장=기업인은 언제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동유럽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해외 현장학습을 처음 조직했다. 이번 한국 방문은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처음 조직된 것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경영학자든 경영학도든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유 원장=두 학교는 짧은 시간에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켈로그스쿨 학생들이 SKK GSB를 선택한 것은 앞으로 두 학교가 더욱 많이 교류하며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빠른 발전의 비결은 무엇인가.

△제이컵스 명예학장=1975년 학장이 되면서 어떤 조직에 가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플레이어’를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팀 단위로 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봤다. 선발 과정부터 학점과 입학시험 성적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인성을 가진 학생을 뽑았고 커리큘럼도 최대한 팀 단위로 하도록 했다.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잘하다 보니 학교 평가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유 원장=우리는 다양성과 국제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원장과 교직원들이 남미와 아프리카에도 학생들을 모집하러 간다. 덕분에 SKK GSB의 외국학생 비율이 36%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이컵스 명예학장=교수들이 경영의 최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과정을 기숙학교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기업 임원들이 학교에 6개월간 머물면서 24시간 교수들과 교류하도록 한 것이다. 교수가 연구하면서 접하는 문제와 경영진이 실제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게 한 덕분에 현장의 경험이 곧바로 경영학 논문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MBA의 변화는.

△제이컵스 명예학장=꼭 금융위기 이후부터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정상급 MBA들은 위기가 있건 없건 언제나 변화해 왔다. MBA는 산업 최전선에 서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곳이고, 지금 1학년 학생이 MBA를 마친 2년 뒤에는 세상이 또 달라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켈로그스쿨도 교수들에게 향후 10년을 예상하고 커리큘럼을 짜도록 한다. 매년 새로운 과목이 개설되고 있고 같은 과목이라 해도 내용은 30% 이상 바뀐다.

△유 원장=졸업생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키워주는 커리큘럼 비중을 높여야 한다. 또 세계화가 계속 빨라지고 있지만 학생들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건 창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주는 MBA 스쿨이 앞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아시아 MBA가 더 발전하려면.

△제이컵스 명예학장=좋은 교수를 임용하고 좋은 학생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아시아 MBA 고유의 장점을 보태야 한다. 바로 아시아 경제와 산업이다.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등에도 좋은 MBA스쿨이 들어서고 있는데 한국 MBA도 그들과 경쟁하면서 발전하려면 한국 기업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유 원장=공감한다. 삼성이 일본 마쓰시타와 미국 애플 같은 기업을 어떻게 추월했는지에 대해 세계인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는 아직 없다. 삼성의 신제품 개발 같은 외적인 측면이 아니라 기업 문화와 같은 내적인 부분을 연구하는 것은 한국 대학들이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중국 MBA들도 하이얼과 화웨이 같은 기업의 사례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아시아 MBA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