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제관(사장 박봉준)과 원정제관(사장 송성근)은 산업용 제관시장에서 맞수로 통한다. 제관은 강철판을 자르고 구부려서 만든 관(용기)으로, 주로 보관과 운반이 어려운 윤활유 페인트 등 산업용 기름과 식용유 등 식품용 기름을 담는 데 쓰인다.

대륙제관이 지난해 1880억원의 매출로 1위인 가운데 1424억원의 매출을 올린 원정제관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주력 제품은 서로 다르다. 대륙제관은 소형 부탄가스(맥스) 쪽에서 최근 매출이 크게 늘고 있고, 원정제관은 18ℓ 산업용 대형 용기 쪽에서 매출 비중이 크다.

◆주력 제품은 서로 달라

1958년 설립된 대륙제관은 국내 최고(最古) 제관업체다. 일반제관부터 휴대용 부탄가스, 에어로졸 관을 생산하며 현재 국내 제관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륙제관의 업계 1위 비결은 연구·개발(R&D)이다. 1997년 연구개발팀에서 확대 개편된 기술연구소는 2년여 개발 끝에 2008년 터지지 않는 부탄가스 ‘맥스’를 개발했다. 이어 2009년 국내 최초로 캔의 상단을 곡선으로 처리해 빗물이나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한 18ℓ다층적재 캔인 ‘넥트인’ 개발을 주도했다. 윤동억 대륙제관 이사는 “국내 캔 주입구 관련 특허의 99%는 대륙제관 기술이며 이는 기술연구소를 통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원정제관은 대륙제관보다 15년 늦은 1973년 ‘경포 주철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제관시장에 진출했다. 처음엔 페인트, 부탄가스를 담는 금속 용기 제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0.5ℓ짜리 산업용 최소형 캔에서 20ℓ페일(pail)관, 200ℓ 스틸 드럼까지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도료생산업체인 KCC를 비롯해 에쓰오일, 모빌원에 용기를 납품하며 18ℓ 캔 시장에서 판매량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재열 원정제관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식용유 포장용기로 대상 삼양웰푸드 등에 신제품인 에코캔을 공급하기 시작한 게 최근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위기에 강한 점 닮아

대륙제관엔 큰 위기가 있었다. 2006년 발생한 충남 아산 생산공장 화재였다. 부탄가스 생산라인과 창고에 불이 붙으며 총 800억원대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박봉준 사장은 당시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15억원을 안 터지는 부탄가스 개발에 투자했다. 그렇게 개발된 제품이 바로 ‘맥스’다. 맥스는 국내 처음으로 외부의 충격 및 용기 내부 압력 상승으로 인한 폭발을 방지하는 3중 폭발방지구조 고압용기(CRV) 구조를 적용했다. 대륙제관 관계자는 “당시 경영진의 과감한 판단능력과 회생을 위한 직원들의 헌신적인 개발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업계 1위의 영예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정제관은 제관시장 판도를 뒤엎고 정체된 매출을 확대시킬 무기가 필요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2년간의 노력 끝에 ‘에코캔’을 출시했다. 에코캔은 철 표면에 특수 패턴을 그려 넣어 엠보싱 효과를 주는 자동차 강판 성형 기술을 적용했다. 18ℓ 캔 기준으로 기존 0.3T(0.30㎜)였던 두께를 0.25T(0.25㎜) 수준으로 줄였다. 이 제품으로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을 30% 이상 확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캔 소재 두께를 10% 줄이면 전체 캔의 강도가 약 20% 감소하지만 에코캔은 특수패턴을 통해 강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며 “소재가 덜 들어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저렴해 연간 130억원가량의 철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코캔에 ‘에코(친환경)’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과 기술이 업계판도 바꾼다

대륙제관의 국내 부탄가스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24%로 태양산업의 ‘썬연료’에 이어 2위다.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륙제관이 만든 맥스는 60여개국 150여개 업체에 수출된다. 국내업계 중 수출 1위다.

대륙제관은 맥스의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올해 최대 중점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 충남 아산시에 있는 생산공장에 1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며 휴대용 부탄가스 생산능력을 분당 600개에서 900개로 확대했다. 원정제관은 에코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 9억원에서 올해 19억원으로 늘렸다. 올해 설비투자도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3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