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수록 남들보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비즈니스 플랫폼 전문기업 온오프믹스의 양준철 사장(29)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양 사장은 “처음부터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일찍 실패를 맛보기 위해 창업도 빨리 했다”며 “실패는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므로 결코 헛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이 17세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운 회사는 ‘티투디엔’이라는 웹사이트 제작 및 호스팅 업체였다.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진 덕분에 매출이 빠르게 늘었고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그러나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조직이 무너지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두 번째 창업은 ‘파트너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교훈과 2000만원의 빚을 남기고 공중분해됐다.

고등학생 시절 두 번의 실패를 맛본 양 사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사이버대 벤처경영학과(현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학업을 병행하며 세 번째 창업한 온오프믹스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억원 이상을 목표로 세웠다. 양 사장은 “쉽게 가는 것보다 어렵게 가는 게 더 좋다”며 “정말 어려울 때 필요한 체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길연 엔써즈 사장(38)도 ‘오뚝이’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양 사장과 닮았다. 김 사장은 1999년 포스텍을 졸업한 후 KAIST 대학원에 다니며 학교 동료들과 함께 2000년 SL2라는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첫 창업 기업은 5년을 못 버티고 1억원 정도의 빚만 남긴 채 사라졌다.

첫 실패를 만회하는 데 6년여가 걸렸다. 2006년 동영상을 분석해 중복 동영상을 골라내는 기술을 상용화하면서다. 지속적으로 기술을 진화시킨 덕분에 2011년 말 KT에 450억원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지금도 경영은 김 사장이 맡고 있다. 김 사장은 “몸 안에 흐르는 ‘도전정신 DNA’가 없었더라면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빚을 갚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업이라는 생각에 더욱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라도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바짝 일해서 떼돈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또 글로벌하게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창업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공동기획 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