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협동조합 만들기 '열풍'
골목상권에 협동조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달 말 마감한 소상공인진흥원의 협동조합 지원 대상 선정에 1478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설립 등록을 마친 곳은 30여곳이다. 나수균 소상공인진흥원 협업지원부장은 “다음달 중 600곳을 골라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한 뒤 상반기에 400곳을 선정, 정부 예산 300억원을 차등 배분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원칙과 기본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 열풍은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에 대한 방증으로 해석된다”며 “협동조합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막연하게 의존하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조합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일단 정부 예산을 타고 보자는 심리로 달려들면 실패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하려면 무상 지원보다는 출자 방식을 통해 감독권과 회수 방안을 마련한 뒤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범사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부산의 골목가게협동조합과 서울의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을 꼽았다.

부산 골목가게협동조합은 ‘나들가게부산협의회’ 소속 동네슈퍼와 편의점 주인 등 200여명이 모여 지난해 12월 결성했다. 이 조합은 공동브랜드 사용,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등으로 힘을 키워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경쟁하고 있다.

장남권 골목가게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발주한 상품들을 점포까지 배송해주는 도매물류센터를 부산 반여동에 이달 말 열기로 했다”며 “495㎡(약 150평) 규모의 물류센터 중 50㎡(약 15평)를 동네슈퍼 안테나숍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곡제일시장은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돋보이는 전통시장이다. 2003년 설립된 이 시장의 협동조합은 SSM과의 공존, 건물 소유주와 임차인(상인) 분쟁시 법률대행, 택배서비스 등을 주도하며 전통시장 혁신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여느 전통시장과 달리 이 시장은 SSM과 공생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취약점인 공산품은 SSM이 판매하고, 신선식품은 전통시장이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이 조합은 또 건물주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고문변호사를 두고 있다. 박태신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앞으로 출자금을 지속적으로 늘려 점포 매물이 나오면 조합 명의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