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가 머지않아 적자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외 20인의 저명한 중국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87%가 10년 내 무역수지가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7년 내 역전될 것이라는 응답도 5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우리가 지난해 535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대중 무역마저 역전된다면 동북아 경쟁구도에서 밀려난다는 의미가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위기가 오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경과 아산정책연구원·KOTRA가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인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45%가 “3년 내 한·중 간 기술격차가 없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레노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의 경합품목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중이다. 가장 큰 대중 수출품목인 중간재도 중국이 국산화를 통해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여기에 중국의 신산업 육성까지 우리와 그대로 겹친다. 중국의 추격이 아니라 추월이 목전에 다가왔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앞에는 일본이 버티고 있다.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이라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국이다. 지난해 무역적자만 256억달러에 달했다. 단기간 내 역전될 가능성도 안보인다. 무엇보다 일본의 부품·소재 산업은 여전히 막강하다. 최근 들어 일본 제조업이 엔저에 힘입어 경쟁력을 급속히 회복하는 것도 큰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수년 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을 내놨다.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가격경쟁력까지 틀이 바뀌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한국은 ‘동북아 적자 트랩’에 빠지고 만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돌아서는 추세에 맞춰 서비스와 농식품 등 수출품목을 다변화하라는 권고다. 제조업에서는 일본의 부품·소재산업을 넘어서는 게 과제다. 샌드위치 상황이다.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