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와 ‘등극’은 엄밀한 의미에서 약간 다르다. 즉위란 왕위에 오르는 것이고 등극은 황제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일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즉위란 용어로 통용된다. 즉위식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선왕이 죽은 후 후계자가 왕위에 오르는 사위(嗣位)는 조선시대 가장 일반적인 즉위식 형태였다. 27명 중 18명이 이 즉위식을 따랐다. 사위의 의례는 선왕이 죽은 지 6일째 되는 날, 전(殿)이 아닌 문(門)에서 장례식 중에 치러졌다. 선왕을 사망케 한 불초자의 즉위식을 ‘전’에서 편안하게 치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조선시대에 사위가 자주 열린 이유는 임금은 천하 국가의 체통이니 대위를 비울 수 없고, 대권은 잠시라도 나눌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사위 외의 즉위식으로는 선왕이 살아있을 때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수선(受禪), 선대 왕을 폐위시키고 새로 추대된 왕이 왕위에 오르는 반정(反正), 나라를 세우고 왕위에 오르는 개국(開國) 등이 있다.

개국은 태조 이성계, 수선은 정종 태종 세종 세조 예종 순종 등 여섯 왕, 반정은 중종과 인조 등 두 왕이 겪었다. 태조 이성계는 공양왕을 쫓아내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선양에 의한 것처럼 즉위했다. 명백한 덕행을 바탕으로 계승한다는 상징성을 통해 조선왕조 건국의 정당성 내지 정통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즉위식, 국왕의 탄생》은 조선시대 새 왕이 보위에 오르는 즉위식을 중심으로 대한제국의 황제 즉위식, 세자가 왕의 후계자인 왕세자로 공인받는 의식까지 총체적으로 다뤘다.

유교사회에서 즉위식은 천명을 양도받는 의례인 동시에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고하고 백성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국가 행사였다. 새 국왕에게 요구되는 정치가로서의 자질과 덕목 등을 의례의 형식 속에 표현하면서 바른 정치와 바람직한 통치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다음주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어떤 정신이 담길까.

책의 1부에서는 즉위의례의 연원을 고대 중국 경전에서 찾아보고 그 의미를 알아본다. 2부에서는 고려의 즉위식을 살핀 후 3부에서 즉위식의 공간, 초대된 사람들, 의식의 상징물을 고찰하고 4부에서는 고종황제 즉위식을 통해 황제국으로의 변모를 살폈다.

즉위식의 주요 절차로는 선왕이 남긴 말인 유교(遺敎), 왕의 인장인 대보(大寶)를 새 왕에게 전달하는 게 꼽히는데 그 핵심은 대보를 받는 의식이었다. 면복을 입은 왕은 대보를 받은 후 어좌에 올랐다. 종친과 문무백관의 하례를 받고 나면 왕은 면복을 벗고 다시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왕이 됐음을 선포하는 즉위교서 반포식을 거행했다. 즉위교서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때에 크게 화해한다’는 의미로 중죄 이외의 잡범을 풀어주는 특별사면령이 포함돼 있었다.

즉위식 현장에는 왕을 상징하는 의장물과 왕의 위엄을 드러내고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악대가 배치됐다. 다만 사위의 경우 상중이라 악대를 배치만 하고 연주는 하지 않았다. 즉위의례 후에는 종묘와 영녕전에 즉위 사실을 고하는 한편 중국에 전왕의 사망을 알리고 새 왕의 즉위를 공인하는 외교행사도 진행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