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졸업하는 안경규 에이스이노텍 대표

환갑을 넘긴 나이로 대학 졸업장을 받는 한 중소기업 사장이 지역 대학가에 잔잔한 화제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창호용 하드웨어 전문업체 에이스이노텍(주) 안경규 대표이사(63·사진). 안 대표는 오는 22일 열리는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경영학사 학위를 받는다. 59살 나이로 대학에 늦깎이 입학한 지 4년 만에 아들딸 뻘 동기들과 함께 학사모를 쓰게 됐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안 대표는 고교 진학을 꿈도 못 꿨다. 중학교 졸업 후 삼성재단 장학생으로 제일모직에 입사했으나 중졸이 최종학력인 그에겐 허드렛일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수년간 고민하다 퇴사 후 검정고시를 준비했지만 덜컥 날아든 입영통지서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군에세 제대한 안 대표는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맞춤복용 고급단추 제작 사업을 시작했지만 맞춤옷 시장이 쇠퇴하면서 사업은 부도가 났다. 안 대표는 "부모님 병수발과 동생들 뒷바라지에 가장 역할까지 해야 했다" 며 "보증금 없이 월 2만 원짜리 사글세방에 살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고 회상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사업가의 길을 걸은 것은 1995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매부 대신 대산산업을 맡게 되면서부터. 안 대표는 에이스이노텍으로 이름을 바꾸고 회사를 키워 2004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건축업계가 불황이었던 지난해에도 매출 60억 원을 유지하는 '강소(强小)기업' 으로 자리 잡았다.

먹고 사는 게 급해 사업에만 매달렸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은 참지 못했다. 그는 중소기업 육성 세미나와 특강, 최고경영자(CEO) 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귀동냥으로 경영이론을 배워나갔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다.

방법을 고민하던 안 대표에게 길이 열렸다. 지난 2007년 1년 3학기 과정의 고교에 입학해 2년 만에 졸업했고, 곧이어 2009년 수시전형으로 영남대 경영학부에 합격한 것이다.

중소기업 사장이기에 앞서 60대 만학도인 안 대표에게 1순위는 항상 대학 공부였다.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는 "1~2학년 때는 한 번도 수업에 늦거나 빠진 적이 없다" 며 "어떻게 입학한 대학인데 공부를 소홀히 하겠느냐" 고 전했다.

그동안 사업과 학업, 대외활동까지 1인3역을 계속해온 안 대표는 졸업 후 올 한해는 사업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환갑도 지나 학사모를 쓰는 게 쑥스럽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어 기쁘다" 는 그는 "건강을 생각하라는 가족들 때문에 올해는 학업을 쉬지만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게 꿈" 이라며 웃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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