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고독의 리더십》은 2003년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근 거리에서 취재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가 쓴 책이다. 박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부터 10·26 이후 야인으로 돌아갔다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기까지의 삶을 풀어냈다.

저자는 박근혜를 “기존 정치인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제목인 ‘고독의 리더십’은 인간 박근혜뿐만 아니라 정치인 박근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고독한 결단을 즐기는 모습은 측근정치를 배제하면서 새로운 정치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서 볼 수 있듯이 부실 검증과 불통 이미지를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고독의 리더십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농축돼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그의 인생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10·26 이후에 일어난 일을 가장 먼저 배치했다. ‘은둔 생활 18년’을 알아야 박근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친을 모두 잃고 어린 시절 살던 신당동에서 두 동생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분단과 한국적 발전 모델이 낳은 비극적 결과물이자 측은함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18년 동안은 박근혜에게 암흑기였고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은둔의 시기였으며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을 겪어야 했다.” 박 당선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 증세의 가장 큰 특징은 허무주의와 인간에 대한 배신감,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등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 박근혜가 자신을 되찾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양친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고통과 방황을 겪은 후 내면의 강한 초자아를 형성해 이를 극복했다는 것. ‘고독의 리더십’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원칙 우선주의’란 단어로 요약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박정희를 보고 배운 영향이 크다. 또 청와대를 떠난 후 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항상심’도 고민하게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의 리더십은 사람을 보는 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는 “박근혜는 사람을 잘 쓴 경우도 많지만 실패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측근을 만들지 않으려다 보니 ‘사람을 사심 없이 잘 본다’는 평가와 함께 ‘약이 되는 사람을 구별해 쓰는 혜안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랜 은둔 생활의 영향도 크다. 18년 동안 박 당선인은 상대방이 자신을 해코지할지, 도움을 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대인 기피증이 나타나고 한 번 쓴 사람을 계속 쓰는 습관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주변에는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당선인만 바라보고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