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의 경쟁자는 물이다.”

사람들은 대개 코카콜라의 가장 큰 경쟁자로 펩시콜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자신들의 가장 큰 경쟁자로 ‘물’을 이야기한다. 콜라 대신에 마시는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경쟁 상품이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기 시장을 호령하던 닌텐도의 몰락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닌텐도의 가장 큰 경쟁자는 같은 콘솔 게임기를 만드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경쟁자의 목록은 완전히 바뀌었다. 애플과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판매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닌텐도는 난관에 직면했다.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경계’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알려준다. 저자는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을 포착해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외부의 예상치 못한 경쟁자로 인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닌텐도가 그런 사례다. 경계 밖에서 넘어온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다른 형태로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이 이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 분야의 경계선이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없어지는 일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경계가 희미해지고 융화가 일어나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빈번해졌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저성장, 다극화와 개인화 사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른 초연결사회,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등이 변화의 주된 요인이다.

빅블러 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인 기업, 소비자의 역할도 변했다. 주어진 상품을 단순히 구매했던 소비자는 기업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됐다. 기업의 관심사도 고객과의 거래보다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일 산업 분야에서 이뤄졌던 경쟁은 생태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경계 내부에 있다고 안전할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메라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필름 시장에 안주하면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지난해 1월 코닥은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경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먼저 변화를 학습하고 실행하는 조직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팁도 담았다. 개인들은 이질적인 것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고,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기업에는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를 인간적으로 바꾸고 기존 성공에 얽매이지 않는 별동대를 조직할 것을 권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