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필요할 때는 내 곁에 없어/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잠’)

‘늘 고마운 당신인데/바보처럼 짜증내요’(‘알람’)

‘착하게 살았는데/우리가 왜 이곳에’(‘지옥철’)

‘다른 척 애쓰지마/내 눈엔 같아 보여’(‘생수’)

시 형태를 띤 재미있는 글로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하상욱 씨(32·사진). 그가 무료 전자책에 이어 종이책 《서울 시》(중앙북스)를 출간했다. ‘서울 시’는 ‘서울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스치듯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들에 제목을 붙인 짧은 글’이라는 뜻으로 직접 붙인 이름이다. 사람들은 그의 짧은 글에 공감하고 열광하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그는 자신의 글처럼 ‘심플’하고 통통 튀는 사람이었다.
“학창시절부터 남을 웃기는 것과 나서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오리엔테이션 사회도 보고, 가요제도 나가고. 제가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가요제 초대 가수왕 출신입니다. 하하. 중학교 때부터 가수를 하고 싶었어요.”

가수가 꿈이었던 디자인 전공자가 왜 글을 쓰게 됐을까. 대답이 의외였다. “지금도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글쓰기라기보다는 일종의 디자인 작업”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을 포착하면 가장 먼저 제목을 떠올려요. 그 후엔 그 상황의 또 다른 의미, 중의적인 의미를 생각하죠. 슬프면서 웃긴 블랙코미디를 표방해요. 인기를 끌었던 ‘애니팡’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찮지만 오랜만에 온 연락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나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짧은 말이 뭘까 고민해요. 한 번의 영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갑니다.”

‘서울 시’를 놓고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 하이쿠가 떠오른다는 등의 ‘진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글에 시라는 이름을 붙인 건 그저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했다. 정작 그는 “시든 다른 어떤 것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냥 내가 쓴 ‘글’이고 그 이상의 정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저 웃기려고만 쓴 건 아니고 나름대로는 각각의 글에 전부 의미를 부여해요. 예컨대 ‘로이킴’ 삼행시를 ‘로이킴으로 삼행시를 지어볼까, 이런, 킴 때문에 포기’로 지었는데, ‘킴’이라는 이름에 사대주의나 영어 지상주의 같은 사회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매우 진지하게 씁니다. 웃음은 장치이지 목표가 아니에요.”

앞으로 ‘서울 시’를 더 쓸지 말지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애초에 계획을 잡고 시작했던 게 아닌 데다, 큰 계획을 잡으면 자신의 삶이 망가질 것 같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계속 서울 시를 좋아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지겨워하면 그만 쓰면 되는 거죠. 제가 가장 원하는 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 출연과 대기업의 작업 제안도 거절했습니다. 서울 시로 돈을 벌려고 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고 제 스스로도 이걸 ‘일’로 생각하게 되겠죠. 앞으로 어떻게 되든 재미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쿨’하게 살고 싶어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