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 리비아의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2011년 일본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X이벤트》의 저자 존 L 캐스터는 이런 극단적인 사건들을 ‘X이벤트’로 명명하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수학자이자 복잡계 과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저자는 X이벤트를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고, 사건 자체가 아주 놀라우며, 파급효과가 엄청난 사건’으로 정의한다. X이벤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 회사는 고위험 사건에 대한 보험금을 산정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에 바탕한 확률 분포 곡선을 이용한다. X이벤트는 대부분 이전에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곡선을 사용할 수 없다.

저자는 X이벤트의 근본 원인을 ‘복잡성의 과부하’ 또는 ‘복잡성의 격차’에서 찾는다. 한 시스템의 복잡성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거나 상호 작용하는 두 시스템 사이에 복잡성 격차가 심해지면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X이벤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랍의 봄’은 이집트 리비아 등 독재 정권과 국민 사이에 복잡성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고,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독재 정권은 극도의 국가 통제 경제와 부패 사슬, 정실 자본주의 등으로 낮은 복잡성을 유지한 반면 국민은 고등교육과 구글·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통신수단 등을 통해 복잡성을 높여왔다. 정체된 정부와 일반 국민 사이에 복잡성의 격차가 너무 커져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정권 붕괴라는 X이벤트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21세기에 X이벤트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도 현대사회가 편의성을 추구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불필요하게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인터넷 정지 사태 △세계 식량 공급 시스템의 붕괴 △EMP(전자기펄스) 폭탄에 의한 전자 기기 파괴 △세계화 붕괴 △신종 물리학 입자의 지구 파괴 △석유 소진 △핵폭발 △전염병 창궐 △정전과 가뭄 △로봇 재앙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금융시장의 붕괴 등 인류 문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11가지 X이벤트의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저자의 관심은 이처럼 ‘아랍의 봄’과 같은 긍정적인 사회적 사건이 아니라 문명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X이벤트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X이벤트를 예방하려면 사회 스스로 복잡성을 줄여야 하는데, 저자가 조지프 테인터의 고전 《문명의 붕괴》를 통해 밝혔듯이 인류 역사상 한 사회가 자발적으로 복잡성 격차를 줄여 지속 가능성을 높인 조치를 취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저자는 변화를 예측하는 수학적 도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제시하며 X이벤트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또 회복력을 높이는 조치를 강화해 외부 충격을 잘 활용할 경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책 말미에는 지난해 캐스티와 함께 ‘한국의 X이벤트 연구’를 수행한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센터장이 저자와 복잡성 개념, 한국과 핀란드의 X이벤트 연구 내용 등을 소개한 해제가 실려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