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는 애플, 혁신 엔진 멈췄나
애플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이 회사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곤두박질했다. 종가는 12.4% 떨어진 450.50달러. 작년 9월19일 기록한 최고치 702.10달러에 비해 36%나 떨어졌다.

애플 주가가 폭락한 것은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4분기 매출 545억달러는 시장 예측치 550억달러에 미달했고 순이익은 1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애플은 작년 1분기 이래 한 번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이폰 발매 이래 매 분기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던 애플이 한두 번도 아니고 네 차례나 기대치를 미달하자 실망감이 폭발했다.

애플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플의 마술은 끝났는가. 혁신 엔진이 멈춘 것은 아닌가.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면서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는가. 이런 얘기가 주를 이뤘다. “홈런타자라고 매 경기 홈런을 칠 수 있느냐”며 좀 더 지켜보자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에 묻혔다.

따지고 보면 애플은 작년 4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폰 판매량도, 아이패드 판매량도 사상 최대였다. 1주일 평균이익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현금보유액도 석 달 만에 158억달러가 늘어 1371억달러가 됐다. 현재 환율로 147조원이나 된다.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시장을 선도했다.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경쟁사들은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혁신의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그러나 2011년 10월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은 혁신적인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신제품은 업그레이드 수준에 머물렀다. 3.5인치 아이폰 화면을 4인치로 키우고 7인치대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을 땐 “삼성을 따라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해외 매체들은 요즘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제품 루머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애플 마술이 시시해졌다고 생각하는지 삼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팀 쿡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23일 콘퍼런스콜에서 “믿기지 않는 뭔가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구두약속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못지않게 마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쿡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요리’만 하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