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군이 트로이를 함락하려고 트로이성 앞에 진을 치고 전쟁을 시작한 지 9년이 지난 어느 날. 위대한 그리스 전사 아킬레우스가 죽었다. 유일한 급소였던 뒤꿈치 힘줄, 아킬레스건(腱)에 화살을 맞았던 것. 아킬레우스가 입었던 갑옷이 가장 우수한 군인에게 줄 상으로 결정됐다. 불과 대장간의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아주 귀한 금속으로 만든 이 갑옷은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다.

수상 후보자는 둘이다.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 군인으로서는 아이아스가 단연 최고다. 가장 크고 용감하고 충성스럽다. 전술에도 능하다. 전우들의 목숨도 많이 구했고 공도 많이 세웠다. 위기에 처했을 때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 바로 아이아스다.

오디세우스는 정반대 스타일이다. 언변에 능한 지휘관이다. 청산유수의 달변에다 처음 본 사람에게 아첨도 잘한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번뜩인다. 트로이의 요새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빠져나온 전력도 있다. 하지만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훗날 목마를 만들어서 트로이인을 속인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오디세우스에게 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화가 치민 아이아스는 마땅히 자기가 받아야 할 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리스군과 아가멤논 왕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미쳐 날뛰다 결국 자결했다. 가여운 아이아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철학과 종신교수인 폴 우드러프가 쓴《아이아스 딜레마》는 이 이야기에서 기업을 비롯한 조직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도입한 성과주의, 인센티브의 함정에 주목한다. 보상은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승자는 명예를 얻지만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보상을 받지 못한 패자는 분노와 모멸감에 휩싸인다. 이게 바로 아이아스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성과보상 제도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직을 침체 또는 와해시키지 않으면서 공로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일을 잘하는 사람, 공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형평성’과 정의를 구분해야 한다”며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평등과 공평을 넘어 관리자가 정의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성원 모두가 가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공로를 인정해주려고 애써야 한다는 것. 또한 승자에게 보상할 때 진 사람이 모욕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모든 공동체 안에서 정의를 회복하려면 지혜와 동정심, 온화한 성품,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며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영어 ‘fairness’를 번역한 ‘형평성’은 기계적 공평함, 기계적 형평성으로 읽어야 의미가 더 분명해질 듯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