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소 표기 제도인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을 1년 앞두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사용률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일 입수한 ‘도로명주소 우편물 기재율’ 통계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면 종전 주소가 모두 사라지게 돼 국민이 대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년 반 동안 수백억원의 홍보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새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 외 새 주소 쓰는 곳 드물어

'갈길 먼' 도로명 주소…10명 중 1명만 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주소 평균 사용률은 12.2%에 불과했다. 경인 지역이 13.1%로 가장 높았고 경북이 10.0%로 가장 낮았다. 서울도 11.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존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함께 사용한 비율이다. 도로명주소만 기재된 우편물은 전국 평균 6.3%에 그쳤다.

도로명주소 사용률은 2011년(9.2%)에 비해선 다소 올랐지만 지난해 8월 말 기준 사용률(12.2%)과는 똑같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1년 7월29일부터 도로명주소를 의무 사용토록 한 점을 고려하면 민간 기업 및 일반 국민의 도로명주소 우편물 기재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당시 도로명주소를 전국에 동시 고지한 이후 법정주소 효력을 갖도록 했지만 실제로 새 주소가 쓰이는 곳은 아직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도로명주소는 1997년 도입이 결정됐다. 1910년 일제의 토지조사로 부여된 토지번호 중심 지번주소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정부는 2012년부터 새 주소를 전면 시행할 방침이었지만 2011년 관련 법을 개정해 시행 시점을 2014년으로 2년 연장했다. 국민의 인지도가 낮고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무 부처도 “혼란 불가피” 예상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올해 도로명주소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경주 행안부 주소정책과장은 “남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100여년 동안 써왔던 주소를 1년 만에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2011년 7월부터 써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간 기업과 일반 국민은 새 주소 시행으로 일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지점 등 주소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나 쇼핑몰 등 민간 기업이 앞장서야만 새 주소 전면 시행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새 주소 도입을 결정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한 예산은 약 3800억원에 달한다.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08년 이후 소요된 예산만도 전체 투입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1791억원. 이 중 도로명주소 인지도 제고와 환경 조성 등으로 쓴 홍보비만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18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수백억원의 홍보비를 쏟아부었는데도 일반 국민의 사용률이 저조한 것에 대한 반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도로명 주소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도로를 따라 주택·건물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여 표기한 새로운 주소. 종전 지번 주소와 시·군·구 및 읍·면까지는 동일하지만 리(里)·지번, 아파트 이름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