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보다 알차게 쓰려고 노력한다. 옛 소련의 생물학자 알렉산드르 류비셰프(1890~1972)는 이런 노력의 극한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26세 때부터 죽을 때까지 56년간 매일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를 기록하고 통계를 냈다고 한다. 그 결과 70권의 저서와 1만2500장이 넘는 연구자료를 남길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 류비셰프처럼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일이 가능하다. 최근 IT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간단한 센서만 착용하면 이동경로와 인터넷 이용 기록은 물론 에너지 섭취 및 소비량, 심장박동 수, 뇌파 등에 관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을 만큼 발달했다. 류비셰프처럼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일상을 속속들이 기록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라이프트래킹(life tracking)’이라고 한다.

라이프트래킹은 우리 생활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자기계발 활동을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다. 운동량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엔도몬도와 런키퍼 등은 운동 기록을 다른 사용자들과 비교하며 가상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프트래킹을 활용하면 생활에 밀착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라이프트래킹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 신호와 행동 이력은 음주 흡연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나 질병의 초기 증상을 감지하는 데 유용하다.

자녀를 돌보는 데도 라이프트래킹을 활용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맞벌이가구가 증가하면서 부모 없이 혼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자녀의 행동을 분석해 해소되지 못한 욕구를 찾아내는 라이프트래킹 서비스가 있다면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라이프트래킹을 통해 사고와 범죄를 줄일 수도 있다. 최근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자동차 블랙박스도 차량의 운행 내역을 기록하는 일종의 라이프트래킹 장치다.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운전자가 한층 조심해서 운전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구글 글라스 프로젝트와 같은 안경형 가상현실 기기나 손목시계형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 이런 기기에 블랙박스 기능을 접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라이프트래킹의 잠재력을 인식한 선진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라이프트래킹의 기초가 되는 정보 수집에서부터 경쟁력을 높여 가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anchae@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