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은 다해봤지만 앞날이 너무 막막합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플랜트 공급업체 S사 김모 사장은 “지난 2년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00억원대였던 매출이 2년째 반토막나자 출장비와 애경사비 등 지출 경비를 줄이는 자구노력을 펴왔다고 했다. 최근에는 “직원 50여명 중 10명을 내보냈지만 경영 여건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에 자동화 설비를 납품해온 K사도 100억원대의 매출이 2년째 3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이 회사 박모 사장은 “얼마 전 시스템설비 업체 그린포닉스가 부도를 내는 등 부도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 경영성과에 큰 영향을 받는 전남 광양의 지역경제가 최근 철강경기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포스코는 매출 부진으로 분기별 1조원 넘던 영업이익이 이번 4분기에는 상당폭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양제철소는 부서별 비용절감운동을 벌이는 등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절감한 금액은 올해까지 2년간 총 3조원가량 된다.

이처럼 돈이 풀리지 않자 광양제철소에 기대던 지역경제는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요즘 점심시간에 ‘파란 작업복’을 입은 제철소 직원들이 몰려 식당가를 찾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중마동 O음식점 주인은 “예전엔 점심 때 손님의 80%를 차지하던 제철소 직원들이 이제는 10%도 안 된다”며 “하루 매상도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인 20만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동 먹거리타운의 음식점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왔지만 거래가 끊긴 지 오래다. 집 구하기 전쟁을 벌였던 2~3년 전과 달리 가격은 떨어지고 거래도 없다. 아파트 매매가는 올초에 비해 10~20% 하락했고, 분양 중인 3~4곳의 아파트단지는 모두 미분양 상태다.

초남산단 등 공장용지도 매물만 쌓인 채 찾는 발길을 볼 수가 없다. 백봉선 광영동 마이웨이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상가 식당 예식장 등 전 업종에 걸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의 위축은 광양시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양제철소가 시에 낸 지방소득세는 2009년 710억원에서 올해 202억원으로 약 71% 줄었다. 내년에는 100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년식 광양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0대 중반으로 외환위기 때 수준”이라며 “광양시와 제철소, 유관기관 등이 참여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양제철소의 한 관계자는 “15%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금융비용 수준인 9.0%로 떨어진 상태여서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