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업을 준비하던 이태혁 씨(35)는 2년 전 소셜 커머스 업체를 차렸다. 직원은 영업인력과 디자이너를 포함해 30여명이었다. 인원은 적지만 적극적으로 ‘반값 할인’이 가능한 점포들을 발굴하며 회사를 키워 나갔다. 하지만 작년 여름 비슷한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발굴할 수 있는 점포 수에 한계가 생겼다. 이씨는 다양한 영업 방식을 도입하며 회사를 유지하려 했으나 늘어나는 것은 적자뿐이었다. 그는 끝내 작년 가을 사이트를 폐쇄했다.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220개였던 업체가 14개로 줄어

4일 소셜 커머스 모음 사이트 ‘다원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0개(다원데이 등록 기준)에 달했던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지난달 말 14개로 급감했다. 데일리픽이 티켓몬스터에, 프라이빗라운지·슈거딜이 위메프에 인수되는 등 사업성이 있는 업체들은 큰 업체들에 넘어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업체는 적자만 남긴 채 문을 닫았다.

이영재 다원데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양한 업체가 공존했지만 지금은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그루폰 등 ‘빅4’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2월만 해도 다원데이에 등록한 193개 업체의 전체 거래액(292억원) 중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5%인 168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그루폰이 가세하면서 빅4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달 다원데이에 등록한 14개 업체의 전체 거래액(1836억원) 가운데 이들 빅4가 95.5%(1754억원)를 차지했다.

◆지역상권 탈피, 여행상품 강화

소셜 커머스의 본질은 특정 지역에 있는 레스토랑·상업시설의 할인권을 제공하는 ‘지역 기반 서비스’였지만 더 높은 수익성을 좇으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가 전체 매출의 70%를 실물·여행상품으로 올리고 있으며, 쿠팡(60%)과 그루폰(50%)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유진 위메프 실장은 “지역상권 이용권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실물·여행상품은 오픈마켓 등 온라인몰과 경쟁할 정도로 시장이 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송철욱 티켓몬스터 실장 역시 “2010년까지만 해도 매출의 100%를 지역상권 이용권 판매를 통해 얻었지만 지난해 들어 실물상품 판매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상권 이용권을 고집하다 문을 닫은 소규모 소셜 커머스 업체도 많다. 서울 강남지역 상권 전문 소셜 커머스 업체인 에그스트라이크의 윤황기 대표는 “지역상권 사업자들도 대형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작은 업체들은 계약할 만한 사업자가 많지 않다”며 “대형 업체를 따라 실물상품을 판매하기에는 제품 조달 능력이 떨어져 사업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폐점하곤 했다”고 말했다.

◆‘먹튀용’ 소셜 커머스로 인식 악화

제품을 거짓으로 판매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해 버리는 ‘먹튀 사기’의 한 수법으로 소셜 커머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소규모 소셜 커머스 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가 최근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티켓알라딘의 피해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른다. 이 업체는 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광고해 구매자들에게 돈을 받은 뒤 사이트를 폐쇄하는 수법을 썼다. 지난 6월 100억원대 ‘먹튀 사기’를 당한 쿠엔티 피해자들은 아직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 소셜커머스

social commerce. 일정한 인원이 모이면 할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지역의 레스토랑·상업시설을 할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상권 이용권’과 실물 상품, 문화·여행상품 등을 판매한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