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박종은 씨(23·여)는 지난달 국내 스포츠 의류업체 현진스포텍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하이비나에 입사했다. 국내 대기업 초봉을 웃도는 4만달러의 연봉과 함께 숙식, 휴가 때 한국을 오가는 항공권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2년간의 의무 근무기간이 끝나 현지에서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할 때도 컨설팅 등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박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사진)이 이끌고 있는 해외 취업 프로그램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의 1기 연수생이다.

김 전 회장이 청년층의 해외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2일 옛 ‘대우맨’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따르면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 1기 연수생들의 취업이 전원 확정됐다.

국내 대학 졸업생들로 구성된 총 33명의 1기생들은 CJ푸드빌을 포함해 중견 섬유업체인 한솔, 유통업체 케이마트 등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현지 법인에 들어갔다. 연봉은 2만5000달러에서 최대 4만달러 수준이며 외국계 대형 호텔인 인터콘티넨털에 취업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내년 1월16일까지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취업이 확정된 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금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국장은 “베트남은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고급 인재가 부족한 만큼 승진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국제경험, 숙식 등 현지체류에 필요한 복지혜택을 고려하면 국내 대기업 못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국장은 “스펙에 맞춘 취업이 아니라 연구회 내 멘토협의회와 멘토링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택한 ‘매칭 취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은 김 전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국내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연수에 필요한 예산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원들의 특별회비와 후원금 등으로 마련된다.


연수생들은 베트남 중부 달랏대에서 1년간 무료로 베트남어와 현지문화, 회계, 현장 실습 등 10개월간의 역량교육을 받은 뒤 현지기업에서 2년간 근무하게 된다. 교육 강도가 높아 1기생으로 선발된 40명 가운데 7명은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연수생들이 향후 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전ㆍ현직 베트남 대사 등 외부인사들이 특강도 한다. 김 전 회장 역시 지난 2월 첫 특강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틈나는 대로 현지를 찾아 연수생을 격려하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지난 1일 2기 연수생 서류지원을 마감하고 면접과 종합평가 등을 거쳐 이달 말께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회장은 “베트남 연수사례를 활용해 인도네시아, 미얀마, 몽골 등 성장 가능성이 높고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신흥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청년 김우중’을 양성해 청년실업 해소와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