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의회는 학교가 위기에 빠졌다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체 교수가 모이는 교수총회를 개최한다.

교수의회는 30일 회의를 열고 12월6일 서울 안암캠퍼스 과학도서관에서 ‘고려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이사장·총장과의 대화 및 대책 강구’라는 주제로 법인(고려중앙학원)과 학교본부, 전체 교수가 참석하는 교수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교수의회는 총회 공고문에서 “대학 발전의 총체적 동력과 의지가 실종됐고 학교 재정 전망이 극히 비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단과 본부의 무능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고 학내 민주적 소통구조도 사라져 100여년의 전통과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의회 한 관계자는 “고려대의 비약적 재도약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어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수의회는 총장에게 △연차적 학교 발전계획과 연도별 순수모금액 △국내외 대학평가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 △본부-단과대 간 소통 개선 방안 △행정분권화에 대한 견해 △세종캠퍼스 발전 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법인 이사장에게는 △재단 지배구조 개선 의향 △고위험 투자자산 손실 실태 △학교 발전계획 실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 △차기 총장 선출 방안 △세종캠퍼스 발전 방안 △법인 수익사업체 운영자 명단 공개 등을 제안했다.

총회는 교수의회 규정에 따라 전체 교수 1488명 중 과반이 출석하면 성립한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교수의회가 교수 전체 총회를 소집하는 것은 의회 창립 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라며 “학내 구성원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교수의회는 김병철 총장과 김재호 법인 이사장 앞으로 보낸 공개질의서를 전날 오후 늦게 대자보 형태로 학내에 게시했다. 앞서 고려대 교수 154명은 지난 10월16일 총장과 법인을 상대로 ‘고려대의 위기 상황에 대한 교수 성명서’를 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입장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고려대에서는 2월 재단이 현금 자산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김정배 법인 이사장이 사퇴하는 등 안팎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