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광고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스마트폰 사용자의 8.2%만이 유료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쓴다. 91.8%는 무료 앱만을 다운받는다. ‘무료’는 광고를 보는 대가다. 일단 광고 노출 정도는 높은 편으로 보인다. 무료 앱에 삽입된 광고를 실제로 인지하는 숫자는 전체 사용자의 71.2%로 떨어진다. 나머지 20.6%는 광고에 노출돼 있지만 무의식 중에 지나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광고를 클릭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57.9%로 떨어지지만 사용자의 반 이상이라는 수치는 놀랍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숨어 있다. 클릭한 사람 중 69.7%가 작동 중 실수였다고 답했다. 관심 있는 광고여서 눌렀다는 대답은 12.4%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앱에 광고를 하려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 조사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내놓은 《장기불황시대, 소비자를 읽는 98개의 코드》에는 위와 같은 자세한 소비자 조사가 들어 있다. ‘IT·모바일’ ‘유통·쇼핑’ ‘여가·외식·미디어’ ‘사회·문화’ ‘패션·뷰티·헬스’ ‘금융·부동산’ 등 6가지 분야의 98가지 테마에 대한 조사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는 패널에게 매년 동일한 질문을 해 11년 동안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1년과 2012년을 비교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이것이 1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2001년엔 71.4%가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믿을 만하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50.3%만 그렇다고 답했다. 인터넷에서 본 추천 사이트를 방문한다는 비율도 70.7%에서 50.4%로 줄었다.

서장인 ‘2013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내년을 예측해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알려주는 데 그친다. 이 업체가 소비자들이 최근 느낀 정서나 감정을 조사했더니(중복응답) ‘답답하다’와 ‘근심걱정’이 각각 44%로 가장 높았다. ‘심란하다’ ‘귀찮다’ ‘지겹다’가 그 뒤를 이었다. 부정적인 정서들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최신 정보기술(IT)기기 였다. 즉각적인 ‘회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 책이 ‘기업보다는 개인을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유례 없는 장기불황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불안이 ‘나처럼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정보만으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사회 탓에 조사된 수치가 현재와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이 책은 한국 사회의 흐름을 아는 데 꽤 유용하다. 그래픽이 많고 깔끔해 읽기에 부담도 없다. 현재를 알고 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개인들이 보기에 적당하다.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면서 느끼는 동질감도 쏠쏠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