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1916)은 태양계 행성 7개를 점성술의 순서대로 배열한 관현악 모음곡이다. 명왕성은 1930년에야 발견돼 모음곡에 빠져 있는데, 2006년에 너무 왜소하다는 이유로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로써 홀스트의 모음곡은 다시금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담은 셈이 됐다. 압도적인 전쟁의 기운으로 가득한 1곡 ‘화성’, 행복한 축제의 느낌을 발산하는 4곡 ‘목성’이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세 번째 발사 시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태양계 저편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지구궤도 진입이 목적일 뿐이지만 거기에 담긴 꿈은 원대하다. 크게 조급해 할 것도 없다. 한 세기 전에 이런 명곡을 만든 홀스트의 나라 영국조차도 우주개발에 관한 한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