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동물 권리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동물 보호는 인간과 사회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침팬지의 대모’로 불리는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78·오른쪽)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4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물 보호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함께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침팬지 서식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가난해지면 숲을 파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달 박사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왼쪽)와 손잡고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하는 데 맞춰 방한했다. 16일 출범하는 이 재단은 세계에 18개 지부를 둔 제인구달연구소(JGI)의 한국 지부 역할도 맡는다.

이번이 여섯 번째 방한인 그는 “세 번째 한국에 왔을 때 안양천 복원 사업에 참여했는데 물이 깨끗해지고 물고기가 돌아온 걸 직접 봤다”며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강이 필요한 이유를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는 “유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무한 성장 모델은 반드시 무너진다”고 답했다. 구달 박사는 “지금의 형국은 벽을 향해 돌진하는 버스 안에 앉은 지구의 리더들이 누가 제일 좋은 자리에 앉느냐를 두고 싸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차례 북한 방문 경험도 소개했다.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몇 개 안 되는 북한 비정부기구도 아주 열정적으로 소규모 농업활동을 하더군요.”

구달 박사는 많은 사람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를 너무 거대한 이슈로 생각한 나머지 지레 포기한다고 얘기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말을 뒤집어 지역적으로 생각하면 주변의 동료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