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스턴 세계 간학회 가보니…간질환으로 매년 100만명 사망 "간염 바이러스는 시한폭탄"
“나는 12번째 사람인가(Am I Number 12)?” 전 세계적으로 12명 가운데 1명꼴로 발병하는 간염을 경고하는 말이다. 이 말은 세계 간학회(미국 보스턴 하인즈 컨벤션센터, 8~13일)가 세계를 향해 던진 화두다.

세계간염연합(WHA)은 11일(현지시간) 간학회에서 전 세계에서 12명 중 1명이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이며 매년 100만명 이상이 간염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는 충격적인 통계 수치를 발표했다. 어느 누구도 간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모인 1만여명의 간 전문가들은 특히 간질환에 취약한 아시아 사람들이 간염과의 전쟁을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가 파악한 전 세계 간염(A·B·C형 포함) 환자는 약 5억명. 특히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 중 15~25%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돼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간암 사망률 높아

이번 학회에서 세계보건기구는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감염경로 및 위험에 대한 일반인 교육, 지속적인 검진 및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혈액이나 체액으로 감염되는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간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 6위, 사망률 3위에 올라있다.

학회 보고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간암 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스테펀 로카르니니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감염연구소장(WHO B형간염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만성 B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가 3억5000만~4억명에 달하는 데 B형 간염을 방치하게 되면 10년 후 간암으로 악화될 확률이 1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B·C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 당뇨 비만 신장질환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간염이 악화돼 간경화 및 간암이 주로 발병하는 연령대가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당뇨 비만 신장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시기와 겹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 여전히 간질환에 취약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5%(250만명)가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C형 간염바이러스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 정도 감염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는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면서도 상당수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적절한 관리를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한 해 간경변증 등의 간질환 사망자는 7000명 정도다. 간암 사망자 1만여명을 더하면 무려 1만7000여명이 매년 간염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WHA가 집계한 우리나라의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8.4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다.

최문석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대다수 환자들이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스턴=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