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이듬해 미국 아이오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버락 오바마 선거캠프에는 기대와 걱정이 섞여 있었다. 영웅적인 기질로 화제가 되던 오바마였지만 2004년 선거에서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 하워드 딘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오바마 캠프는 기존과 다른 전략을 끊임없이 찾아야 했다.

캠프는 아직 투표권이 없는 17세 청소년을 공략하기로 했다. 2008년 11월 본선 전에 18세가 되는 아이오와 주민은 전당대회 참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캠프 책임자 켄 스트라스마는 대학 입학처에서 우편물 홍보를 하기 위해 구입하는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명단을 구했다. 각 학생의 연락처를 수집하고, 성인이 고등학생에게 전화를 돌릴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비해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전화하도록 했다. 결국 전당대회에서 투표에 참여한 25세 미만 유권자는 4년 전보다 세 배나 많아졌다. 오바마는 아이오와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잡고 승기를 얻었다.

정치 전문 저널리스트 사샤 아이센버그의 《빅토리랩》은 보다 정확한 유권자 분석을 통해 투표율과 득표율을 올리려는 선거 캠프의 노력을 촘촘하게 그린다. 현대의 선거는 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포괄적으로 공략하는 ‘공중전’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지상전’이다. 아직 어디에 표를 던질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 우리 편을 지지하지만 투표를 할지 말지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들을 세밀하게 분류해 이들을 직접 공략하는 전략. 불과 수천, 수만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대의 선거에서 직접 방문, 전화 통화, 우편물 직접 발송 등 전통적 방법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미트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노리던 2002년 8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롬니 캠프에서 일하던 알렉산더 게이지는 롬니가 ‘기술관료적 접근에 우호적이면서 부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교외에 사는 무소속 유권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이지는 1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일일이 분석했다가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조건에 들어맞는 많은 사람들이 고급 케이블 TV 가입자이며 HBO방송을 시청한다는 사실이었다. 롬니 캠프는 적은 예산으로 더 세밀하게 유권자를 공략할 수 있었고 공화당 조직이 매우 약했던 매사추세츠에서 주지사에 당선됐다.

저자는 이 밖에도 2004년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의 대결, 릭 페리의 텍사스 주지사 도전,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의 예시를 들며 유권자를 직접 공략하는 선거 운동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 전략을 ‘19세기식의 지역 가르기와 20세기식의 언론 홍보 중심 관행을 뛰어넘어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 있는 개별 단위로 다루는 21세기형 선거 운동’이라고 말한다. 또 선거운동이 유권자를 다시 사람으로 대우하기 시작했다고도 주장한다. ‘유권자 직접 공략’ 선거운동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유권자의 세밀한 개인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이를 돈을 받고 넘기는 행태의 문제점은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또 유권자를 직접 공략하는 미시적인 방법론에 치우친 기술은 다소 지루하다. 유권자를 직접 설득하는 미국의 전통이 우리의 선거 운동과는 다르다는 점도 일반 독자가 거리감을 느낄 만하다.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선거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이면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유권자의 감정을 심리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좋은 점이다. 또 이름은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미국 정치인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