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도연명은 굶주리는 식구들을 위해 기꺼이 벼슬길에 나섰으나 살림이 펴지지 않았다. 그는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감독관의 오만한 태도에 굴욕감을 느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향한다. 도연명의 나이는 마흔 무렵이었다. 이때 지은 ‘귀거래사’에는 그의 마음이 비친다.

“돌아가련다 / 사귐도 그만두고 교류도 끊으리 / 세상과 나는 어긋나기만 하니 /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리….” 그는 시골에서 은둔하며 가난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며 진정으로 여생을 누렸다.

마흔은 인생 여정에서 한가운데 서는 나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은 감이 들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마흔의 서재》의 저자 장석주는 인생의 절반인 마흔에서 잠시 멈추고 책 속에서 남은 생의 이정표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 보고 살아갈 날들을 내다봐도 삶이 오리무중이라면 지혜를 키우라는 얘기다.

저자는 3만여권의 장서를 소유하고 있는 다독가다. 그는 마흔엔 그 어느 때보다도 서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지적 공간에서 피로한 몸을 누이고, 인생의 초안을 다시 생각하고,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쓰고, 고독을 마주하며 자신을 비우고 채우길 권한다.

마흔을 불혹이라 했지만 요즘의 마흔은 미혹(迷惑)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공자시대에 마흔은 어른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마흔에 이른 사람들은 철들지 못한 늙은 소년이라는 것. 왜 그럴까. 저자는 삶을 통찰하는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지혜 대신 실용주의만 따르고 익혔다.

“그러나 사냥꾼이란 또 동시에 사냥 당하는 자, 그리하여 내 활이 당긴 무수한 화살들은 기어이 내 가슴을 찾아왔구나. 또 날아가는 자는 동시에 기어가는 자, 그리하여 내 날개가 태양 속에 펼쳐졌을 때 땅 위에 비친 그 그림자는 거북의 모습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인생의 답을 구한다. 칼릴 지브란의《예언자》는 누구도 대답하기를 꺼리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묻고 그 물음에 당당히 맞선다. 사랑 결혼 노동 기쁨과 슬픔 자유 등에 번민했던 칼릴 지브란은 내가 ‘사냥꾼인 동시에 사냥 당하는 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이다.

“때때로 길을 잃어보라”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누구나 자신이 길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불안에 빠진다. 그것이 미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카트린 파시히의《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에서는 “우리는 길을 잃었다는 당황스러움과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몰린다. 이때 본능에 몸을 믿고 맡기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생도 여행과 마찬가지다. 살다보면 가끔은 엉뚱한 길로 들어서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자신이 몰랐던 ‘발견으로 가득한 삶’이 놓여 있는 낯선 곳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이 밖에 저자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써보라’ ‘숲과 가까이에서 살라’ ‘취미로 나를 증명하라’ 등 지혜로운 마흔을 위한 여러 방법을 권한다. ‘스물다섯 살 이후에는 그냥 유령처럼’(벤자민 프랭클린) 사는 마흔앓이를 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만하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