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백혈병치료 족쇄 채운 '보험 적용'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에게 맞지 않아 치료제를 바꾸려고 해도 보험 적용이 안 돼 막대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세대 표적항암제를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이 글리벡으로 바꾸기를 원하지만 보험급여를 못 받는다고 하면 환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글리벡과 2세대 표적항암제 간의 교차투여가 자유로워야 보다 효과적인 초기치료를 할 수 있다. 보험 여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의 작용기전이 일부 비슷한 만큼 최초 치료제가 효과가 없을 경우 다음 약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해 보험 인정을 하지 않는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위한 약제들은 약제별로 내성발현 부위가 다르고, 안정성 프로필도 다르기에 교차 처방시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선 초기치료 3개월이 전체 치료의 방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설픈 보험 인정 기준 때문에 초기치료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이제 2세대 표적항암제만으로 완치할 수 있을 만큼 치료법이 발전했다.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눈 앞에 있는데도,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가로막힌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다. 이제는 합리적인 건강보험 기준이 정립돼야 할 시기가 됐다.
손상균 < 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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