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제약의 신제품 베노플러스는 멍든 데, 부은 데,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다. 어떤 기능을 부각해야 수월하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해당 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까. 강력한 경쟁 제품이 버티고 있지는 않을까. 전문의약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유제약으로서는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시장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소셜미디어를 분석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로 했다. 그 결과 ‘멍’ 시장을 파고들기로 했다. 붓거나 벌레 물린 데 바르고 붙이는 연고와 파스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멍을 키워드로 소셜미디어를 뒤진 결과는 뜻밖이었다. 멍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말, 즉 베노플러스의 경쟁자는 ‘계란’과 ‘소고기’였다. 유유제약이 생각했던 경쟁사 연고에 대한 언급은 멍든 부위를 계란으로 문지르고 소고기를 붙이는 민간요법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쓴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에 나오는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 마케팅 사례는 소셜 빅데이터 활용의 효용성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 같은 첨단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함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정보의 90%는 최근 2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하루 500만여건의 트위트가 올라오고, 하루에 25만여개의 블로그가 생성된다. 지구촌 사람 9명 중 1명이 페이스북을 하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5억명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1.8제타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산됐다. 미국 의회도서관에 저장돼 있는 정보의 400만배에 이르는 양이다. 말 그대로 기존의 방법으로는 분석하기에 너무 큰 빅데이터의 시대인 것이다.

저자는 이 빅데이터가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속의 빅데이터는 ‘미래란 자원이 묻혀 있는 광맥’”이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는 전통의 시장조사에서 추출하는 샘플이 아닌 전체로서의 이용자 개개인의 일상을 통째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조작되지 않은 ‘진짜 속마음’이며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은 그 결과까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글들은 각각 글쓴이의 주관적 의도를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객관화된 형태의 지형이 드러난다”며 “이 지형의 변화를 추적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면 현재 그 징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개개인은 의식할 수 없어도 전체의 방향은 이미 그곳을 향해 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분석하고 사람들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