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알선해준다고 속여 노인 1000여명 명의로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게임머니를 사고 이를 현금으로 되파는 수법으로 억대의 돈을 챙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수료만 주면 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겠다고 속여 노인 1000여명에게서 1억여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한모씨(41) 등 2명을 구속하고 안모씨(33·여) 등 5명을 7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지난 6월 말부터 세 달 동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에게서 개당 500원을 주고 불법으로 사들인 4만여개의 휴대폰 번호로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했다. 피해자들이 전화를 걸어오자 이들 명의로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인 N사 사이트에서 게임 계정을 만들고 휴대폰 소액 결제를 통해 게임머니를 충전한 뒤, 계정을 사이버머니 중개상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1억2000여만원을 가로챘다.

한씨 일당은 피해자들이 대출 수수료를 자신들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면 경찰에 덜미가 잡히기 쉽다는 것을 알고, 게임사이트를 통해 일종의 ‘자금 세탁’을 거친 뒤 돈을 나눠 가졌다. 게임사이트 게임머니를 통한 신종 대출사기 수법이라고 경찰은 말했다. 게임사이트에서 한 번에 10만~15만원가량의 게임머니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게임사가 피해자들의 휴대폰으로 결제승인 요청 및 인증번호를 전송하면 “대출 정보를 조회할 때 필요한 인증번호이니 다시 불러달라”고 요구해 결제를 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