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이 비쳐오는 새벽, 항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둠을 뚫고 서서히 오르는 햇빛은 삶의 활력이 되고 오늘 하루에 대한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 운동을 마치면 카페에 들러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머리가 맑아지면서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시장 경쟁이 전방위적인 상황에서 기업의 성장통을 극복해낼 방안은 무엇일지, 경영자로서 또는 자연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등. 경영자는 잘못된 전략이나 리더십을 보이면 여러 사람이 동승한 기업이라는 배를 파선시킬 수 있기에 외롭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요즘에는 중국 왕수인(王守仁)이 말한 수오훈(水五訓), 즉 물이 주는 다섯 가지 지혜를 되새기곤 한다. 우선 물은 항상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지 않고 흐르고, 둘째 스스로 움직이는 힘으로 다른 것들까지 움직이게 하며, 셋째 장애물을 만나면 그 힘을 몇 배로 키우게 된다. 넷째 물은 맑고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스스로 깨끗해지려고 노력하며, 다섯째 비·구름·얼음도 되지만 그 본성에는 변함이 없다. 경영환경이 복잡한 시기, 물이 주는 촌철살인의 지혜를 실천하는 경영자가 되기를 각오하고 있다.

그리고 훌륭한 멘토를 두고 삶에 이정표로 삼고 있다. 그분은 바로 싱가포르의 글로벌 브랜드 ‘크로커다일’의 창시자인 다토 탄 회장이다. 우리 회사가 크로커다일 라이선스로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세계 최초로 론칭하고 국민브랜드로 성공시키면서 그 분과는 더욱 돈독해졌다. 평소 탄 회장께서는 ‘생각은 창의적으로, 일은 근면하게, 곤경에는 긍정적으로, 성공에는 겸허하게 임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하는데, 누구나 아는 듯한 내용이지만 이 문구에 경영의 모든 답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지금은 80대 후반의 연로한 나이임에도 아직 명예회장실에 들러 회사를 돌보고,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나눔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항시 존경해 마지않고 있다.

필자는 “옷 걱정 없이 믿고 입을 수 있는 패션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패션으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이라는 꿈을 실현해 가고자 한다. 우리 옷이 고객의 행복으로, 그 행복이 가정과 사회로 확산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에 대한 열정만큼 뜨거운 나눔의 열정을 가진 명품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새벽, 잊을 수 없는 만남 하나가 떠오른다.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만났던 호두과자 장수 아주머니가 우리 브랜드 옷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며 할인권을 줄 수 없느냐고 물었던 기억이다. 이때 진정한 국민복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도전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광을 맞이할 때면 필자의 가슴에는 열정과 희망의 빛이 가득 들어찬다.

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