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에서 미국이 또다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유럽과 호주, 일본 등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는 것과 반대로 미국에서만 애플이 거듭 승리해 ‘자국 기업을 편드는 국수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예비 판정을 내렸다. 애플이 ITC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 8개 제품이 자사 특허 7건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7월 수입금지조치를 신청한 것에 대한 예비 판정이다. 최종 판정은 내년 2월19일 나올 예정이다.

ITC가 특허침해 판정을 내린 4개 특허는 △아이폰 전면 디자인 △이어폰 플러그 내 마이크 인식 기술 △화면에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반투명 이미지로 겹쳐 구현하는 기술 △휴리스틱스(정확하게 터치하지 않아도 인식하는 기능)를 통한 터치스크린 기술이다. 아이폰 외관 디자인과 이어폰 플러그를 삽입하면 인식하는 기술 등 2건에 대해서는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ITC의 예비 판정 결과에 대해 “즉각 재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며 최종 결정에서는 당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

미국 ITC는 삼성전자의 재심사 요청을 받은 뒤 6인으로 구성된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판정을 하게 된다.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최종 판정이 나면 그 내용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대통령은 ITC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60일 이내에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요청한 대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제품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시행 시기가 내년인 데다 대부분 구형 모델이어서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원과 행정기관인 ITC가 애플의 손을 잇따라 들어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법원에서 벌어지는 특허 소송에서 애플이 일방적 승리를 거둔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이번 예비 판정에 앞서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에 10억50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반면 유럽에선 애플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법원은 18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에 자사 홈페이지와 신문 등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도록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ITC 예비 판정이 나온 날 삼성전자가 애플의 멀티터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