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응이마삼첩(一鷹二馬三妾)이란 말이 있다. 세상에 첫째가는 재미는 매사냥이고, 둘째는 말타기이며, 셋째가 첩을 두는 것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매를 잡아 길들여서 꿩이나 토끼를 잡는 매사냥이 성행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에 해동청(사냥매)를 조공하기 위해 매의 사냥과 사육을 관장하는 응방(鷹坊)을 설치하기도 했다. 매는 고집스러운 새다. 옹고집이란 말도 응(鷹)고집, 즉 매고집에서 생겨났다.

벼룩이 자기 몸 길이의 200배쯤 뛰는 것이나 파리가 일생 동안 5억번 날개를 떨 수 있는 것은 근육의 힘이 아니다. 외골격에 든 탄력성 있는 레실린 단백질의 탄성 덕분이다. 이 단백질의 특성과 원리를 응용해 탄력성 있는 운동기구, 인조 척추디스크나 피부, 전자기구를 만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달팽이 박사’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가 한국 토종 생물의 생태와 정보를 재미있게 소개한 책 《괴짜 생물 이야기》를 펴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부터 우리 몸까지 온갖 생물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준다. 65개의 이야기가 짧고, 이야기투의 문체가 구수해 쉬 읽을 수 있다. 모든 생물과 생명 현상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새로운 사실을 아는 재미도 쏠쏠하다.

벼과 식물인 대나무한테는 ‘개화병(開花病)’이란 치명적인 병이 있다고 한다. 대는 종류에 따라 30년, 60년, 100년 주기로 꽃이 핀다. 그런데 꽃이 핀 다음에는 그만 모두 죽고 만다. 중국 대나무는 꽃에 죽미(竹米)라고 하는 빨간 열매가 맺힌다는데 봉황이 이 열매를 주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요즘 산과 들을 물들이는 단풍 얘기도 재미있다. 식물에게는 동물의 콩팥 같은 배설기가 없다. 세포에 있는 액포란 작은 주머니에 배설물을 담아뒀다가 버린다. 늙은 세포일수록 액포가 더 크고 많은데 이 속에 단풍 색의 비밀이 들어 있다. 카로틴, 크산토필, 타닌 같은 색소와 화청소(花靑素)라 불리는 안토시아닌에 당분까지 녹아 있다. 이 색소들은 여름 내 엽록소에 가려 있다가, 겨울 냉기에 엽록소가 녹으면서 겉으로 드러나 단풍을 물들이는 것. 화청소와 결합하는 당분이 많을수록 발색이 더 밝고 밝다. 당이 많이 만들어지는 청명한 날이 긴 가을이어야 단풍이 더 화려하고 예쁜 이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