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의 갈치 어획량이 어느 해부터인가 뚝뚝 떨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업 활동을 줄이고 개체수가 늘어날 때까지 기다리면 갈치 숫자가 늘어나게 될까. 어획량을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붓기만 하면 되는 걸까.

《급변의 과학》을 쓴 마틴 셰퍼는 단순히 새끼를 보호해 개체수를 늘린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임계전이적 관점에서 보면 새끼 물고기의 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다시는 그 수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임계전이란 시스템의 한 상태가 다른 상태로 급작스럽게 변하는 걸 의미한다. 숲이 우거진 지역이 사막이 된다든지, 해초류가 무성한 해안이 사소한 변화에 의해 백화현상(바다 밑바닥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바다의 변화가 임계전이적 현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과학적 접근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기잡이를 멈추고 기다리고 있으면 어획량이 곧 복원될 거라고 순진하게 기다리다가는 돈과 노력만 헛되이 바다에 뿌려질 뿐이다.

이 책은 호수 기후 진화 바다 토양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급변 현상(임계전이)을 다양한 예를 들어서 분석했다. 저자는 임계전이가 일어나기 전에 그 전조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본다. 또 그 조기신호를 잘 인식해 대응한다면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계전이가 한번 일어나면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건강한 숲은 일부 지역이 파괴돼도 금방 다른 생물종이 그 지역을 채워 나가지만 일단 사막화 과정이 시작되면 그것이 원래의 숲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평범한 사람이 우연한 기회로 범죄자가 됐을 경우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전이되는 과정은 단순한 역과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연과 사회가 급변하려는 전조 현상을 미리 감지해 임계전이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호수나 지구 같은 여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인간 시스템에서도 세포 수준 및 개인의 생각으로부터 단체 및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임계전이가 발생한다”며 “주식시장의 붕괴라든가 국가의 멸망, 전쟁 확대와 같은 사회적 임계전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가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게 중앙은행이 개입해 정책을 펴거나 일반 시민들이 빈곤의 덫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 같은 정책을 펼 것을 권고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